"자금 쏠림에다 기초자산 금리 위험에 노출"
[뉴스핌= 이홍규 기자] 저금리 시대에 꾸준한 수익률을 제공하며 각광을 받아온 '로우볼(저(低)변동성)' 상장지수펀드(ETF)에 경고가 제기됐다.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됐고,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펀드에 주로 편입됐던 고배당 주식들이 금리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우볼 ETF에 대한 인기가 축복보다 저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저변동과 고배당 주식의 주가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고 이에 따라 펀드에서 반전 위험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변동성이 낮은 주식들의 수익률이 장기간으로 보면 일반 주식보다 높다는 이론에 의해 고안된 로우볼ETF는 2011년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선진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한 가운데 배당 매력을 뽐내는 채권 같은 주식이 인기를 끈 것도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로우볼ETF 투자에 빨간불이 들어 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하고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덜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보이자 시장 금리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저금리 수혜주였던 배당주들이 하락하는 등 로우볼ETF가 취약성을 드러냈다.
(파란색)SPLV (빨간색) USMV (주황색)S&P500 <자료=블룸버그통신> |
블룸버그통신과 ETF 전문 웹사이트 XTF에 따르면 지난 9일 미국 주가지수인 S&P500지수가 2.5% 급락했을 당시, 파워셰어즈S&P500로우볼ETF(SPLV)는 3% 가량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SPLV는 손실을 소폭 만회하긴 했으나 7월 연중 고점에서 5% 하락한 상태다.
◆ 변동성 낮게 유지할 여건 사라져
전문가들은 로우볼ETF에 너무 많은 자금이 쏠렸다고 지적했다. 주로 소유 지분이 적고 주가가 저평가 됐으며 대형 ETF에 포함되지 않은 주식들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로우볼ETF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며 변동성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여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고배당 업종인 유틸리티(설비) 주식이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S&P500유틸리티 지수는 20% 이상 상승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수 전체보다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수준도 높아졌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컨버젝스의 니콜라스 콜라스 수석 시장투자전략가는 "배당 수익 때문에 너무 많은 자금들이 몰렸다"며 "이제 금리가 오르면, 변동성을 낮게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에만 로우볼ETF에는 160억달러의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브라이언 캐피탈의 피터 치어 매크로 전략부 헤드는 "변동성이 낮은 주식들이 앞으로도 낮은 변동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로우볼 ETF의 취약성의 원인으로 배당 주식을 지목하는 데 대해 오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USA 최소 변동성 ETF(USMV)의 유틸리티 업종 비중은 8.5%로 기술주 비중 15.3%보다 현저히 낮다.
블랙록의 롭 네스터 스마트베타 전략부서 헤드는 "우리의 저변동성 전략에 시장 참가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배당 관련 주식이 변동성이 낮더라도 비중을 5% 이상 확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년 간 USMV의 수익률은 15.4%를 기록하며 S&P500지수 8.4%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과거 금리 하락 때와 달리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로우볼ETF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과 실적 시기를 앞두고 로우볼ETF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