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교착상태 지속, 연준 금리정상화 힘들 것"
[뉴스핌=이고은 기자] 월가는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보통 승리가 아닌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선거를 90일 앞둔 시기부터 현재까지 미국 증시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 그러한 시장참가자들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클린턴이 대승을 거두는 대신 미국 의회 상하원은 양당이 각각 차지하면서 정부 정책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29일(미국 현지시간) 데이빗 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전략가는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둔 증시 변화를 과거부터 분석한 결과 "시장은 클린턴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
앞서 미국 대통령 선거 선거인단 투표에서 후보가 80% 이상의 우위를 보일때 S&P500지수는 선거일로부터 90일동안 8.4% 올랐다고 우는 소개했다.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1980년과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격차가 20% 미만인 접전이었을 때 S&P500지수는 살짝 하락했다. 1960년 존 케네디 대통령, 1976년 지미 카터 대통령, 그리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될 때 이런 모습을 보였다.
우 전략가는 지난 7월 5일부터 S&P500지수는 4.5% 올랐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이 '90일 법칙'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월터 먼데일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을 때, 주식시장은 중간 지점에서 더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트럼프가 크게 승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이고 국채는 매우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의회 교착상태 지속 예상... 연준 금리 인상 어려울 것
우 전략가는 이어 월가가 클린턴의 압승과 함께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이 상원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나오고,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면 워싱턴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는 곧 경제를 떠받쳐야하는 부담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으로 쏠릴 것이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의회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세금 정책이나 재정 지출의 개정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교착상태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곧 해외 중앙은행에서 시행되는 양적 완화의 혜택을 미국 시장이 계속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낮추거나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리면서 투자자들은 미국 회사채 및 주식 시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우 전략가는 이러한 환경에서 '리스크패러티(Risk Parityㆍ위험균형)' 매매가 우세를 보이도록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패러티는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서 동등한 위험선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시장은 교착상태와 점진적 성장을 모두 점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리스크 패러티는 계속 선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ofA는 미국 선거가 다가오면서 변동성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우는 "변동성지수 VIX는 (선거를 앞둔) 마지막 달에는 언제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법칙이다"라고 말하면서, "시장 붕괴가 아니라, 시장이 덜컥거리는 과정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