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위주로 시너지 및 성장 가능성 제한적...건설사 꼬리표도 부담
[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쳐서 새롭게 태어나는 삼성물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합병되는 두 기업의 사업 영역을 살펴보면, 제일모직은 의류제품 제조·판매사업과 모제품(직물)가공·판매사업을 하는 패션사업부문, 건축·소방·플랜트·에너지절감(ESCO) 및 조경공사업을 하는 건설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이에 더해 전문급식 및 식자재유통사업을 영위하는 급식·식자재유통 사업부문(삼성웰스토리)과 에버랜드(드라이파크), 캐리비안베이(워터파크), 골프장을 운영하는 레저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제일모직에 흡수되는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부문이 국내외의 건축, 토목, 플랜트, 주택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상사부문은 자원개발, 철강, 화학, 산업소재, 섬유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국제무역을 담당한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패션, 건설, 상사, 레저, 급식·식자재 유통을 망라하게 된다.
합병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분명하다. 삼성그룹은 두 회사의 건설 사업을 통합해 운영 효율을 개선하고 삼성물산의 글로벌 역량을 제일모직에 결합해 사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함으로서 기업 전체의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합병 발표와 함께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통합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51.2%)로 올라서면서 삼성의 신수종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점도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
반면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일 뿐 실질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합병 후 건설부문이 합병법인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는다는 점은 한계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양사 합병시, 2014년 실적을 기준으로 건설부문이 매출의 48.1%, 영업이익의 70.4%를 차지한다.
국내 건설시장은 2007년 128조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장기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2013년 기준 91조원까지 감소했다. 현재 국내 건설사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회색빛이다. 통합 삼성물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또 다른 주력분야인 패션 부분이 건설과 마찬가지로 경기를 '타는' 사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건설업과 패션업 모두 경기둔화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 15일 제일모직이 내놓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의류산업은 "내수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기 변화 및 계절적인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어 보고서는 "국내 의류소비는 민간소비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반응해 왔으며 최근 국내외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소비여력의 감소 등으로 의류시장 성장세의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설과 패션을 포함해 통합 삼성물산의 여타 사업부문이 모두 내수에 집중돼 있어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합병법인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 26일(영국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칼럼을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가치 창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2.6%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재무 측면에서 보면 제일모직(78.0%)과 삼성물산(112.5%)의 합병 후 부채비율은 105.3%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8일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현금창출력 및 재무구조가 열위한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제일모직을 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