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에 웃돈 붙여 이득 챙겨…청약통장 여러 개 갖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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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태희 기자] # 이 모씨(가명)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아크로리버 파크 2차' 견본주택을 찾았다. 이날 아크로리버 파크 견본주택이 오픈했다. 약 30분. 이 씨가 견본주택에 머무른 시간이다. 분양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음료를 마신 시간을 빼면 견본주택을 구경한 시간은 더 짧다. 채 10분도 안 된다. 그는 삼삼오오 모여 안내원을 따라다니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거실 크기나 방 배치도, 부엌 구조를 꼼꼼히 챙기지 않았다. 이 씨는 견본주택 내부를 대강 살펴봤다. 안내원에게 이것저것 묻고 메모하는 모습을 그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분양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은 대충 들었다. 안내원이 나눠주는 분양홍보지를 3부 챙긴 그는 황급히 견본주택을 빠져나갔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그는 자신을 부동산업자라고 소개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씨와 같이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 아파트에 청약한 후 당첨되면 분양권을 되파는 부동산업자들이 주요 분양단지를 순회하고 있다.
이들은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팔아 이득을 챙긴다.
부동산업자 이 씨를 처음 만난 곳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다. 지난해 3월초 6개 건설사가 동탄2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동시 분양했다. 이 씨는 이 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청약 경쟁률은 저조했다. 3순위에서 분양이 끝나지 않았다. 미달된 아파트는 그대로 미분양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이 씨는 분양권을 팔아 1000만원 수익을 얻었다. 전용 59㎡ 소형 아파트를 당첨 받았던 것이다. 이 씨는 "원래 2000만원 받을 수 있었는데 현금이 급해서 1000만원 주고 팔았다"며 "여기(아크로리버파크 견본주택) 오기 전에는 대구에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는 올 상반기 분양이 최고로 잘 된 지역이다. 평균 경쟁률 수십대 1은 기본이고 최고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었다.
이 씨와 같은 부동산업자는 유망 단지 견본주택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혼자 움직이지만 상당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분양 주요 단지마다 마주치기 때문이다. 이 씨와 같이 있던 이날 아크로리버 파크 견본주택에서 또 다른 부동산업자 2명을 만났다.
부동산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청약통장을 여러 개 갖고 있다. 당첨된 청약통장은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청약통장 불법거래에 선을 그으며 "내 이름 통장 하나, 부인 통장 하나, 가족(형제) 명의 통장들, 자식과 손자 통장까지 합하면 벌써 1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다음 목적지는 위례신도시다. 이달 GS건설이 분양하는 '위례 자이'가 다음 목표다. 서울 마곡지구에서 분양되는 '마곡 13단지 힐스테이트'도 눈여겨 보는 단지다.
이 씨는 "여기(아크로리버 파크 2차)는 무조건이야. 무조건 웃돈이 4000만~5000만원 붙는다"며 "위례 자이와 마곡 힐스테이트도 무조건이야"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서 문을 연 '아크로리버 파크' 2차 견본주택에 방문한 사람들이 분양상담원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견본주택에는 분양권을 되팔아 이득을 얻는 부동산업자도 방문했다.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