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서 논란을 낳고 있는 '분리공시제도'가 제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단통법을 시행한 뒤 분리공시제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22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분리공시제도를 단통법 고시안에 포함시킬지를 최종 심의할 예정이다. 분리공시제도란 보조금 지급내역을 이동통신사는 물론 휴대전화 제조사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례로 갤럭시노트4를 구매하는 고객이 보조금 50만원을 지원받았다면 이중 이통사와 제조사가 얼마씩 지원했는지를 각각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이다. 단통법 고시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지난 7월 처음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한 뒤 삼성전자를 제외한 이통사와 제조사는 대부분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칫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분리공시제도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통법에서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도록 했는데 하위인 고시에서 분리공시 내용을 포함, 상위법과 배치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단말기 제조사 업체 관계자는 "단통법에서는 제품별 장려금이 노출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 제조사의 장려금 규모 조차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아닌 하위 고시에서 개별 제품별 장려금이 공시되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통법 제12조(자료 제출 및 보관)에서는 이통사는 판매량과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그리고 대리점 또는 판매점 지급 장려금 규모등과 관련한 자료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에 각각 제출케 하고 있다.
다만 이통사가 제출하는 자료는 제조업자별로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작성되어서는 아니된다. 또 직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공무원은 직무상 알게 된 제조업자의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이 법의 시행을 위한 목적 외에 이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삼성전자측의 입장에 옹호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며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방통위가 분리공시제도 등과 관련한 단통법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 보냈지만 법제처와 산업부 기재부가 제도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
심지어 방통위 일각에서도 분리공시제도에 신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방통위 한 고위 관계자는 "단통법에서 특정조항이 빠진다고 해서 반쪽짜리 법은 아니라"며 분리공시제도를 뺀 단통법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관련업계에서도 분리공시제도를 제외한 단통법 시행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리는 분위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단통법에 분리공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앞서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땐 오는 24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분리공시제도가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 그리고 이통사는 상당한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나름대로 분리공시제도가 고시에서 논의됐지만 단통법의 중요한 핵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