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가게 주인 전자상거래 대부로, 회사 뉴욕에 상장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상청(京東商城)의 미국 증시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창업자 류창둥(劉强東·사진) 회장에게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징둥상청은 현재 알리바바의 뒤를 이어 중국 2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류창둥 회장은 중국의 명문대학인 인민대학을 졸업한 후 잘나가던 외국계 기업의 자리를 박차고 창업을 단행했다.1998년 류창둥은 단돈 2만 여 위안을 가지고 중국 IT산업의 메카인 중관촌(中關村)에 입성한 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창업 초기 CD/DVD-ROM과 같은 디지털 콤팩트 디스크를 팔던 그는 2001년 중국 전자상품 유통업체인 궈메이(國美)와 쑤닝(蘇寧)을 벤치마킹해 전자상품 유통에 나섰다. 매장을 10여개로 확장하며 한동한 승승장구했지만 갑자기 닥친 '사스'의 영향으로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류 회장이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에 뛰어든 것은 2004년 1월. 이듬해 류 회장은 과감히 기존의 매장을 정리하고 전자상거래에 집중, 오늘날의 징둥상청을 키워냈다.
2004년 이후 징둥상청은 이후 7년간 매년 200%의 속도로 성장했고, 가입자수도 6000만 명을 돌파했다. 2010년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매출 100억 위안이 넘는 전자상거래 소매 업체가 됐다.
류창둥 회장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예리한 통찰력에 시대를 간파한 젊은 실업가라는 평가와 함께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사업규모 확대 속도에 비해 2009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2년까지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 회장은 2007년 이후 9차례의 사모융자를 통해 세계 굴지 자본의 투자를 이끌어 내며 징둥상청의 사업 전망성을 입증했다.
타이거펀드·세콰이어캐피털 등 글로벌 자본과 중국의 힐하우스캐피털 등이 징둥상청의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2월에는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징둥상청에 투자해 화재가 됐다.
징둥상청이 9번에 걸친 사모융자로 조달한 자금은 18억 7700억 달러, 중국 IT 업체 중에선 알리바바 다음으로 큰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극적인 실적 전환도 실현했다. 매출대비 순이익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시장은 징둥상청의 갑작스런 순익 전환에 반색했다. 2013년 1~3분기 징둥상청은 매출 477억 위안에 세전 순이익 63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실적전환과 함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으로 징둥상청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시장은 징둥상청의 증시 상장과 함께 류창둥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류창둥 회장은 두 개의 지주회사를 통해 징둥상청의 지분 23.67%를 보유, 최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2대 주주인 타이거펀드의 지분만도 22.1%에 달해 다른 주요 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류창둥 회장을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징둥상청이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하더라도 류창둥 회장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창둥 회장이 지분 매각 당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사전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
류 회장은 징둥상청의 주식을 A류와 B류로 나누고, B류 주식에는 1주당 20표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류 회장이 현재 보유한 징둥상청 주식 23.67%는 모두 B류 주식으로 류 회장의 의결권은 86.12%에 달한다.
페이스북과 중국 포털 바이두(百度)가 상장할 당시 창업자의 주식과 의결권의 1주에 10표였던 것을 감안하면 징둥상청의 의결권 구조는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 같이 독특한 의결권 구조를 통해 류 회장의 경영 '마인드'를 읽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 회장은 회사 경영권 확보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수 차례에 걸쳐 대규모 융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류 회장은 징둥상청과 같은 업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 수혈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문제는 연이은 지분 매각은 류 회장의 지분 비율을 위협할 수 있기때문에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던 것. 징둥상청이 연이은 융자로 류 회장의 지분이 4.8%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류 회장은 50%의 의결권을 사수할 수 있게된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