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신년사
친애하는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2012년 임진(壬辰)년이 지나가고 2013년 계사(癸巳)년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새해가 밝아올 때, 우리 모두 모여 지난 한 해를 함께 회고해 보고 새해에 같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도 어언 5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아직도 총체적 해결의 실마리가 묘연한 실정입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금융위기상황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위기의 심각성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입니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본래 글로벌 추세의 심화에 따른 부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위기를 극복해오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 경제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하게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급속하게 진행된 글로벌 추세로 인해 발생한 각종 부작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더욱 강화된 글로벌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아이러니에 우리가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환경 때문에 국제교역의 증가세가 과거에 비해 위축되었으나 정책이나 제도의 보편성은 오히려 더욱 확장되었고 연계성도 더 공고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국 혼자만의 정책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좁아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여왔던 개혁과제들이 유발한 사회적 긴장도를 감내하는 경제주체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나타나는 경향이 보이고, 많은 나라에서 위기의 본질규명이나 재발방지에 주력하기보다는 대처과정에서 초래된 결과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급급한 현상마저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여건변화에 상응하여 각 나라마다 대내적으로 다양한 대응수단을 시도하였으나 만연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유도하는 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사료됩니다. 말할 필요 없이 무역이 성장의 동력인 우리나라가 이러한 글로벌 불확실성 현상의 결과로부터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이외에도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경제적 불안정이 사회적 위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하여, 가계부채문제와 주택시장의 장기적 침체 등이 경제적 리스크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위험관리정책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경제를 운영하게 되었으며, 선진경제권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후유증을 제어하는 데에도 큰 정책적 관심을 쏟았습니다.
올해 경제전망은 세계경제나 우리 경제 모두 지난해보다 현저하게 좋아질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으나 동시에 비관적 견해가 많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는 언제나 동태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므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에 대처할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의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안정의 도모, 경제성장세의 회복지원,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강화를 추구할 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물가안정목표도 지난 3년간은 3%를 중심축으로 2~4% 범위로 정하였으나 향후 3년간은 2.5%에서 3.5% 범위 내로 과거보다 좁게 설정하였습니다. 물가안정을 위협할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물가목표범위의 폭을 줄였다는 것은 물가안정에 대한 한국은행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지난 일 년의 회고: 불확실성의 지속적 만연>
지난 일 년은 세계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 정치적 변혁기를 맞이한 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4강 국가에서 모두 정치지도자가 새로 선출되었고, 프랑스를 위시한 많은 여타국가에서도 정치지도자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새 정부가 곧 출범하게 되어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작년 한해 유로지역 위기해결이 관건이었으나 정치적 격변기와중에 이와 같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글로벌노력은 당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하여는 성과를 내지 못한 형국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크게 나누어 첫째는 글로벌 경제 불균형을 치유(global rebalancing)하는 것이고 둘째는 금융위기를 발발시켰던 각종 규제와 감독체계의 미비점을 개혁(financial regulatory and supervisory system reform)하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전자는 여러 번 강조하였습니다만 모든 금융위기의 경우 그 저변에는 언제나 위기를 잉태한 실물경제의 불균형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을 지칭하는 것이고 후자는 금번 금융위기의 요인이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를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금융규제와 감독체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Basel III와 Dodd-Frank Act 등으로 대표되는 개혁노력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뉴욕에서 발발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재정위기로 전이되더니 이제는 일부 신흥경제권의 성장이 저하되어 전세계경제의 실물경기가 침체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미국의 재정절벽문제의 영향에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실제로 이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적절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금융위기가 조기에 종결된다고 볼 수 없다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금융위기대응을 위해 시도된 각종 노력들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비전통적인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이었습니다. 새롭게 시도되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정치지도자 선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추가되어 경제활동이 안정적으로 수행되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경제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대외적 환경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지난 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신용도를 상향조정할 정도로 경제의 운영이 안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성장이 둔화되고 내수가 부진하였지만 수출호조에 힘입어 매우 큰 규모의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하였고 물가도 안정되었습니다. 에너지가격 등 공급측면의 물가압력이 상대적으로 완화되고 경기침체로 GDP갭이 마이너스를 보임에 따라 물가목표중심치인 3%를 크게 하회하는 2.2%수준에서 물가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의 4.0%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한은법에 금융안정기능이 도입된 이후의 첫해를 지내면서 금융안정보고서를 정례적으로 국회에 법정보고서로 제출하게 되었다는 것이 큰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경제·정치적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과정에 미국과 유럽에서 도입된 다양한 비전통적 정책들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화가 심화되는 여건에서 대외환경 변화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명료하지만,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었고, 이러한 상황을 경제주체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은 더더욱 우리에게 매우 성취하기 어려운 책무였다는 점을 솔직하게 토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경제운영에 있어서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지평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경주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고려하였고 중국과의 통화스왑자금을 부분적으로 무역결제에 활용함으로써 원화국제화의 첫걸음을 내딛고자 노력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 직원들의 대외활동이 왕성하여졌으며 경제현안을 보는 안목이 글로벌화 되었고 연구·분석 능력이 크게 함양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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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해킹' 제2금융·증권사 등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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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바이낸스 해킹, 우리 소행 아냐"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서 발생한 8조원대 규모의 암호화폐 탈취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데 대해 "황당무계한 낭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2일자 담화에서 미국의 주장이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절취된 암호화폐를 국가 자산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는 취지의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북한 해커 이미지. [사진=뉴스핌 DB]
김여정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 북한이 관여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우리를 '사이버범죄국'으로 매도하려고 기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여정은 미국의 주장이 "황당무계한 낭설이며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국제적으로 사이버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작정 북한과 연관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사기 행위가 모두 북한의 소행인 것처럼 국제 여론을 오도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에 손상을 주고 존엄과 국위를 폄훼하려는 불순한 시도이자 "새로운 영역에로 파생된 또 다른 엄중한 반공화국 주권침해행위"라고 규정했다.
김여정은 특히 미국이 지난해 불법적으로 절취된 암호화폐 자산을 몰수해 국가의 '전략예비비축금'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뉴스핌 자료]
그는 "이른바 절취당한 거액의 암호화폐 자금이 회수되는 경우 누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겠는지를 따져보면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에 대한 단서가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해킹 책임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이 암호화폐를 국가 자산으로 확보하려는 정책 자체를 문제 삼으며 역공을 편 것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여정이 마치 미국이 암호화폐를 탈취해 국고로 귀속시키려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담화에서 김여정은 "이번 계기에 우리는 워싱턴의 대조선 적대적 자세를 다시금 확인했다"며 "우리는 미국이 우리 국가에 지속적으로 다양한 도발을 걸어오는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적 태도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하여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담화를 단순한 사이버 해킹 의혹에 대한 반박에 그치지 않고 북미관계 전반에 대한 불만과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담화는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미국의 대북 사이버 범죄 의혹 제기에 직접 나서 강도 높게 반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은 사이버 공격 의혹을 부인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문제 삼고, 이를 주권 침해와 정치적 도발이라는 틀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낸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10.31 mj72284@newspim.com
앞서 미 FB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사이버 보안 경보를 통해 북한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약 8조원대)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발표했다.
FBI는 북한이 이번 범행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의 해킹 활동과 연관된 가상자산 지갑 주소 목록도 공개했다.
yjlee@newspim.com
2026-11-03 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