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교체 실패 우려 점증', '내부 갈등설 차단', '대선실패 책임론' 등
[뉴스핌=노희준 기자]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가 6일 전격적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회동에 나서고 문 후보 적극 지원을 천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와 회동을 마친 뒤 포옹을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안 전 후보는 이날 오후 문 후보와 서울 정동의 한정식집 '달개비'에서 단독 회동을 하고 전폭적인 지지와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문 후보가 지난달 23일 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지 13일 만이고 안 전 후보가 지난 3일 캠프 공식 해단식을 치른 지 사흘만이다.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전폭 지원 결심 배경은 우선 그가 문 후보와의 회동에 나서기 전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다.
안 전 후보는 "저는 지금부터 문 후보 지원에 나선다"며 "단일화를 완성하고 대선 승리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유 전 대변인이 전했다. 일단 '대선승리'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열세인 데다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조짐이 보이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 안 전 후보에게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여러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문 후보는 이전과 달리 오차범위 한계를 넘어서 박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빈번해졌다.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한 이유도 후보단일화 약속을 지킴으로써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온전하게 담으려 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 두 가지 모두 어려울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힌 대목에 그의 이런 고민이 묻어있다.
문 후보가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 입장에서도 정권교체 실패론에 휘말릴 경우 자신의 기치인 '새 정치'를 향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는 새정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안 전 후보가 밝혔다는 점에서 정권교체가 실패할 경우 자신이 내걸었던 사퇴의 명분이 허물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안 전 후보에게는 현 판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야 원로 등 시민사회에서 문 후보 지원 촉구가 거세지는 점도 안 전 후보는고려했음 직하다. 실제 전날 재야 원로들의 모임 '희망2013ㆍ승리2012 원탁회의'(원탁회의) 멤버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안 전 후보는 적극 (문 후보를)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전날 문 후보 지원 방식에 대한 브리핑을 예정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등 안 전 후보측이 혼란한 상황을 연출, 문 후보 지원에 대한 안 전 후보측 내부의 '갈등설', '불화설' 등이 제기된 것도 안 전 후보 결단을 재촉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날 일부 언론에서는 '비민주당' 출신의 김성식 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캠프에 며칠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갈등설' 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유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했고 김 본부장은 '달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일 해단식 이후 '하루 이틀' 사이에 나온다는 문 후보 지원 '방법론'에 대한 발표가 지연되면서 안 전 후보 처신에 대한 피로감과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도 한 요소라는 평가다.
전날 진보정의당 소속 유시민 전 의원은 안 전 후보에게 "명분으로 보나 정치인 안철수 개인의 실리로 보나 지금은 저렇게 뭉개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외부뿐만 아니라 안 전 후보측 내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 안 전 후보측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와 만나 "내부에도 (문 후 지원이 늦어지면서)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우려를 심각히 가진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문 후보가 뒤지는) 추세를 차단하고 반전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 후보 지원을) 마냥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날 문 후보가 안 전 후보 집을 찾아가고 만남이 불발된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안 전 후보가 자신의 주도로 문 후보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가 어그러져 발표가 늦춰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이 '먼저' 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양자회동을 제안했다.
유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지지자를 아우르고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오늘 아침에 문 후보가 새정치와 정당혁신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한 것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밝혔다. 시간이 필요했고, 문 후보 약속으로 안 전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읽힌다.
문 후보는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새 정치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실천의지와 정당혁신, 계파정치 청산, 편 가르기 정치구도해소, 정당을 민주화하고 국회를 정치의 중심에 세우는 것,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 보복정치의 종식,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선거를 굳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