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앞세운 그룹 총수 증인출석 여부 관심
[뉴스핌=배군득 기자] 다음달 5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룹 총수 등 증인채택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인 소환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지난해 18대 국회에서 정점을 이뤘다.
지난해 국감에 출석을 요구받은 기업인은 모두 69명. 이 중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등 그룹 회장들도 상당수 포함 된 바 있다. 회장등 기업인들 국감 출석은 노사문제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현안을 안은 기업들 경영진이 대부분이다.
올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일부 그룹 총수들의 비리 문제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증인 채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그룹 오너가 증인으로 채택 되지 않도록 각 분과별 위원들을 대상으로 긴밀하게 물밑 작업을 벌이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안이 걸린 그룹들 마다 대관업무 관계자들의 국회 발길이 어느때보다 잦다.
◆ 전경련 허창수 회장 출석 관심
경제민주화, 재벌개혁과 관련해 재계를 대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가 재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미 국회 안팎에서는 허 회장의 증인신청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모양새다.
재계와 관련이 많은 지식경제위원회는 최근 ‘전경련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사회적 책임 이행 촉구 결의안’을 지경위 소속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 재계와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전경련은 최근 정치권 재벌개혁 움직임에 반발하며 지경위 소속 의원들의 자료 요구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이다.
민주당 전순옥 의원실은 “우리 의원실은 물론, 민주당 차원에서 전경련 허창수 회장을 증인채택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밖에 대기업들의 정리해고 등 노사관계와 환경 문제 등을 다룰 환경노동위원회도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쌍용차, 컨택터스(인력 용역업체) 문제 등 크게 4개 정도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증인신청은 책임자 급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의원들은 반도체 백혈병 문제, 5년전 태안 기름유출사건등으로 삼성그룹 핵심 경영진에 대한 국감 증인 출석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근래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이슈를 품고 있는 해고 근로자 복직문제가 걸린 쌍용차, 지난해에 이어 노사문제 앙금이 여전한 한진중공업, 그룹 총수들의 배임죄등으로 재판중인 몇몇 그룹 , 4대강 담합의혹을 사고 있는 일부 건설사, 제주도 강정마을 공사와 관련된 업체들의 경영인들이 국감증인 대상으로 국회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 이슈메이커 이석채 KT 회장 국감에 설까
올해 통신시장 뿐만 아니라 IT업계 전방에 걸쳐 이슈메이커가 된 이석채 KT 회장의 국감 출석 여부도 조만갈 결정될 전망이다.
의원들은 올해 IT업계의 민감한 이슈에서 KT가 중심에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질의를 이 회장에게 직접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망댓가 산정, DCS 위법, 개인정보보호 유출, 스마트TV IP망 차단, 낙하산 인사 논란 등에 대한 질의를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의 증인 채택은 지난해 18대 국회에서도 이뤄졌지만 여야 의원간 이견을 보이며 실무급 관계자로 수위를 낮췄다.
이번에도 이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워낙 이슈가 중대 사안인데다, 현 정권의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의원들의 공격적 성향이 이 회장 증인 채택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회장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등 이동통신업계 대표들의 증인 채택 여부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가 이통 3사를 대상으로 보조금 과열경쟁에 ‘영업정지’라는 강수를 둔 상황에서 의원들의 보조금 산정 과정에 대한 질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재계, 무리한 증인 채택에 피해 우려
한편 재계에서는 국감의 무리한 증인 채택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국감에서 조남호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구두 계약한 수주건이 잇따라 취소되는 악재를 맞기도 했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의 물리적 한계, 가격 경쟁력 상실 등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성사되 구두 계약까지 취소돼 회사 경영이 힘들었다.
서용원 대한항공 부사장,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김웅 남양유업 대표, 신상호 STX 조선해양 사장(이상 정무위) 등도 지난해 국감 희생양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업 경영에 유- 무형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감이 본연의 목적과 무관하게 기업내부 경영 문제에 관여하거나 노동계 주장을 사측에 압박하려고 기업인들을 국감에 출석케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인의 참고 진술이 필요하다 해도 최소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는 12월 대선정국의 이슈로 삼기위한 정략적 움직임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 기업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경영진 국감 출석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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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