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12일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포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 우크라이나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며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 한국의 강경 대응이 외교적 고립과 국익 훼손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사실상 백기 투항 요구...정부가 얻을 실익은 뭔가
우크라이나 전략적 가치 무시한 감정적·정치적 대응
대통령 SNS로 정부 채널 '패싱'...외교 리스크 키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송환한 사실을 공개한 이후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다투는 살벌한 관계로 변했다. 정부는 단교 선언을 제외하고는 가장 심각한 단계의 외교적 조치인 '대사 소환' 카드를 꺼냈다. 우크라이나는 포로송환 자체를 비공개로 하자는 것에는 명시적 합의가 없었으며 합의의 조건에 대한 상호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우크라이나의 공개적인 사과 표명이 있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채널을 통한 비공식적 유감 표명 정도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모든 의무를 이행했으며 이 문제는 이미 종결된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국에 사과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점점 더 출구를 찾기 어려운 지경으로 가고 있다.

일차적 책임은 북한 포로의 한국행 사실을 일방적으로 밝히고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한 우크라이나에 있다. 하지만 그게 이 정도의 심각한 사태로 확대될만한 일인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이 과연 전략적 판단에 따른 조치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북-러 군사협력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두 나라의 이례적인 공개 충돌에 국제사회도 의아해하며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정부의 요구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백기 투항을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가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고 않고 있지만, 설사 백기 투항을 한다고 해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이렇게 각을 세우고 공개 충돌을 하는 것은 현명한 대응 방향이 아니다. 외교는 우군을 넓히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외 전략이 중요한 나라에게는 국제적 연대와 공조가 생명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국에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충돌은 한국의 국익과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나라다. 북한군과 현대전을 치러본 유일한 교전국이며 북·러 군사협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북한군 포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전쟁 종료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도 한국이 참여할 공간이 많이 있다. 지금은 방공무기 제공 등 한국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우크라이나가 '을'의 위치에 있지만 국제정세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의 강경 대응 조치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국내정치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송환 공개 직후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반응은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많이 아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 사실을 부인하고 이 문제가 국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자 이 대통령의 아쉬움은 분노로 변했다. 이 대통령은 "상대국 국가 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일을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끌고 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의 대응 기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정해졌는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과 공개 사과 요구 등은 이 대통령의 개인 SNS를 통해 공개됐다. 외교부나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검토와 판단이 반영된 조치인지 의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문제 제기를 할 필요성은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SNS에 감정을 내비치는 방식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관계 기관의 검토와 판단을 거치지 않고 SNS를 통해 캄보디아와 이스라엘을 비난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대통령이 외교부·국가안보실 같은 공식 채널과 관련 기관을 '패싱'하고 SNS에 외교 사안을 독단적으로 발표하거나 통보하는 방식은 국가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외교 리스크를 키운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