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북한군 포로 2명 한국행 공개로 한·우크라 갈등이 번졌다.
- 비공개 약속 여부와 입국 지연 설명 부족이 논란을 키웠다.
- 정부는 신변 보호 원칙 밝히고 외교 손실 최소화해야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정부 조치 적절했나 냉정히 돌아봐야
외교는 분노의 크기 아닌 결과로 평가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행이 한·우크라이나 외교 갈등으로 번졌다. 전쟁터에서 붙잡힌 청년 군인들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인도적 조치가, 어느 쪽이 약속을 어겼고 누가 거짓말을 했느냐는 진실 공방에 갇힌 형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맞대응이 아니라 사태가 꼬인 지점을 차분히 짚고 외교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발단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젤렌스키가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행을 공개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 약속을 어겼다는 취지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측은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했고, 청와대는 같은달 27일 밤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우크라이나의 발표로 국내에서 이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적 사안이 대통령의 신뢰와 양국 정부의 체면이 걸린 분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비공개에 관한 양측의 이해가 얼마나 일치했느냐에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양측은 포로의 신병을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인도적으로 처리한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비공개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문서 합의를 남기지 않았다.
한국 측이 구두 양해를 확고한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우크라이나 측이 다르게 해석했다면, 그 간극을 방치한 것 자체가 외교적 허점이다. 다만 문서가 없다고 구두 약속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고 공개 범위를 어디까지 협의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다.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으나 아직 그 윤곽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읽었느냐다. 5년째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에게 북한군 포로는 단순한 신병 처리 대상이 아니다. 북한이 감추려 했던 북한의 용병 파견과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한 김정은 정권의 개입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결정적 '스모킹 건'이다. 지원확보를 위해 서방의 관심과 지원을 붙잡아야 하는 젤렌스키로서는 이들의 존재와 한국행을 국제무대에서 부각할 정치·외교적 유인이 컸다.
한국은 포로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북한의 전쟁 개입을 드러내고, 포로들의 의사를 존중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했을 수 있다. 두 목표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공개 시점과 발표 문안, 신변 보호를 위한 비공개 범위를 미리 조율했다면 함께 달성할 여지도 있었다. 상대의 공개 유인을 과소평가한 채 비공개가 계속 유지되리라 기대했다면 전략적 판단의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두 포로는 이미 얼굴과 신상 등이 알려졌고, 한국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한국행 희망까지 밝힌 상태였다.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된 한국행 사안에서 마지막 입국 단계만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지 따져봤어야 했다. 이 사안에 쏠린 국민 관심도 고려했어야 한다.
물론 얼굴이 알려졌다고 추가적인 신변 보호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입국 경로와 체류 장소, 조사 내용, 북한 가족 관련 정보는 계속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감추는 것과 한국 도착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비공개의 목적과 범위를 구분하지 않으면 보호를 위한 조치가 불필요한 비밀주의로 비칠 수 있다.

두 명의 포로가 한국에 도착한 뒤 사나흘이 지나도록 정부가 입국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면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 이들의 한국행을 지켜봐 온 국민에게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으로 먼저 소식을 접하게 한 것은 국민 알권리나 정부와의 신뢰 차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 공개가 곤란했다면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비공개로 경과와 보호 방침을 보고하는 방안이라도 검토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먼저 설명하지 않은 빈자리는 의혹이 채웠다. 우크라이나의 일방 공개 이후 일부에서는 '비밀리에 데려와 북한으로 보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등장했다.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비공개 입국과 강제북송 계획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정부가 설명을 늦추면서 근거 없는 추측이 번질 공간을 넓혔다는 점 또한 돌아봐야 한다. 대북정책에서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청년 두명을 몰래 북한에 강제로 송환했다는 전비(前非)는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제는 '누가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느냐'는 식의 유치한 공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실제 약속을 어겼다면 외교 경로로 분명히 문제를 제기하되, 공개적인 비난과 사과 요구를 확대하는 것이 어떤 실익을 가져올지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대통령의 체면을 지키려는 대처가 곧바로 국익을 지키는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건 국제사회에 볼썽사납게 비춰질 수 있고,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게 자명하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여기에 합세해 젤린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란 점을 부각시키며 비하하는 건 그들 스스로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백하는 셈이다.
수습의 출발점은 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 협상과 입국, 발표 지연의 경위를 설명하는 것이다. 비공개 협의가 어떤 수준에서 이뤄졌는지, 입국 뒤에도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우크라이나의 공개 가능성에 대비했는지를 국회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동시에 두 사람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보내지는 일은 없다는 원칙과 국내 정착·보호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은 두 정부의 자존심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한국행을 희망한 두 사람이다. 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것, 그것이 지금 정부가 따져야 할 득실이다.
오랜기간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한국땅을 밟았는데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서 우크라이나와 분란을 일으킨다면 이들 청년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차분하게 머리를 식히고 냉철한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교는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