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스포츠 축구

속보

더보기

[핌 포커스] 전술만의 문제가 아니다…김민재가 분노한 모레노호의 '사라진 원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모레노호가 2일 울산서 베네수엘라와 0-0으로 비겼다
  • 한국은 슈팅과 기본 패스 모두 밀리며 공격이 막혔다
  • 김민재는 팀이 함께 뛰는 한 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전술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전의 답답했던 90분을 4-4-2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 한국은 48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슈팅에서도 7-12로 밀렸고, 전반에는 45분이 돼서야 첫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에서 고전했다.

[서울=뉴스핌]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을 치른 축구대표팀. [사진 = 대한축구협회] 2026.10.03 wcn05002@newspim.com

에콰도르와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웠던 모레노호는 우루과이에 1-4로 무너진 데 이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도 반등하지 못했다. 문제는 단순히 골을 넣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패스가 세 차례 이상 이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기본적인 연결부터 흔들렸고, 후방 빌드업과 역습에서도 선수들 사이의 약속된 움직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 또 막힌 4-4-2, 그러나 전술만 탓할 수 있나

모레노는 다시 4-4-2를 선택했다. 손흥민(LAFC)과 오현규(베식타시)가 전방에 서고 김민수(레인저스)와 이강인(AT 마드리드)이 좌우에 배치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인범(FC포르투)이 박진섭(저장)과 중앙을 구성하면서 에콰도르전에 빠졌던 핵심 자원까지 대부분 돌아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공을 소유했을 때 중앙 미드필더 두 명과 전방 네 명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황인범이 공을 받으러 내려가도 그다음 패스를 받아줄 선수가 부족했고, 이강인은 오른쪽에서 고립되는 시간이 길었다. 결국 센터백에서 풀백을 거쳐 다시 뒤로 돌아오거나, 최전방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긴 패스를 보내는 장면이 늘어났다.

모레노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콰도르전 후반 이재성(마인츠)을 낮추면서 중앙의 볼 순환을 살렸던 모습과 비교하면 이후 두 경기에서 오히려 중앙 연결은 나빠졌다. 이강인 역시 자신의 장점인 중앙과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만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공을 잡아도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어지기 일수였다.

그러나 이날 문제를 모두 포메이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후 실제 공격 상황에서는 스리백, 수비에서는 파이브백 형태까지 활용하려 했으며 상대 구조에 맞춰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4-4-2라는 숫자가 경기 내내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떤 전술을 사용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성공해야 하는 패스가 계속 끊겼다. 선수들이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패스의 방향과 세기가 맞지 않았고, 공을 받은 뒤 다음 동작이 늦어지면서 베네수엘라가 수비를 정비할 시간을 줬다. 어렵게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더라도 한 번의 패스 미스로 다시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전술이 패스길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열린 동료에게 정확하게 공을 전달하는 것까지 감독이 대신할 수는 없다.

[서울=뉴스핌] 김민수(오른쪽)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경합을 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2026.10.03 wcn05002@newspim.com

◆ 에콰도르전에는 있었고, 이날은 없었던 '한 발'

더 큰 문제는 공이 없는 곳에서 나타났다. 모레노의 데뷔전이었던 에콰도르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즉시 압박이었다. 공을 잃으면 가까운 선수 한 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두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첫 번째 선수가 상대의 진행 방향을 막으면 다음 선수가 패스길을 차단하면서 빠르게 소유권을 되찾았다.

베네수엘라전에서는 그 압박의 밀도가 크게 떨어졌다. 누군가 압박을 시작해도 주변 선수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서 상대가 한두 번의 패스로 빠져나왔고, 공격이 끊긴 뒤 수비 전환에서도 베네수엘라 선수를 따라가는 움직임이 늦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선수들의 '한 발'이 부족했다. 공을 가진 선수를 위해 가까이 다가가 패스 선택지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한 발, 동료가 압박을 시작했을 때 함께 전진하는 한 발, 공격이 끊겼을 때 상대보다 먼저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한 발이 나오지 않았다. 개인의 움직임이 서로 연결되지 않으니 팀 전체의 간격도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후 데이터상 선수들이 뛰지 않은 것은 아니며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거리를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날 문제는 단순한 총 활동량보다는 언제, 어디로, 누구와 함께 뛰었느냐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10㎞를 뛰어도 동료와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압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거리라도 세 명이 동시에 움직이면 상대의 패스 선택지를 지울 수 있다. 에콰도르전에서 보였던 것은 후자였지만 베네수엘라전에서는 각자의 움직임이 따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뉴스핌] 김민재(왼쪽)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경합을 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2026.10.03 wcn05002@newspim.com

◆ 결국 수비수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공격에서 발생한 문제의 부담은 고스란히 수비진으로 넘어왔다. 후방 빌드업에서 공을 빼앗기거나 공격이 허무하게 끝날 때마다 베네수엘라는 넓은 공간을 이용해 역습했다. 후반 15분 헤수스 라미레스의 헤더는 송범근(전북)이 가까스로 막았고, 이후에는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 27분에는 멘도사의 슈팅이 이한범(클뤼프 브루게)을 맞고 굴절돼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한범 등 수비수들은 정상적인 수비 상황뿐 아니라 앞선에서 발생한 실수까지 계속 수습해야 했다. 김민재가 후반 35분 교체된 뒤 벤치에서 축구화를 집어 던지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것도 이런 답답함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김민재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라며 팀 전체가 함께 싸우고 경합하며 수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은 모두가 같이 싸우는 느낌이 부족했고, 설령 큰 점수 차로 이겼더라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메시지는 더욱 강했다. 김민재는 개인이 빛나는 것보다 팀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팀의 수준을 높이려면 모든 선수가 더 헌신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동료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대표팀 수비의 중심에서 90분 가까이 상대 역습을 직접 마주한 선수가 느낀 문제의식이라는 점에서 이날 경기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서울=뉴스핌] 황인범(오른쪽)이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경합을 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2026.10.03 wcn05002@newspim.com

◆ '패스할 곳이 없다'와 '패스받으러 가지 않는다'

이날의 공격 문제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황인범이 돌아왔다고 자동으로 빌드업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황인범이 센터백에게 공을 받으러 내려오면 그다음 선수가 움직여야 한다. 이강인이 안으로 들어오면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가 폭을 만들고, 손흥민이나 오현규 가운데 한 명이 라인 사이로 내려오면 다른 한 명은 상대 수비를 뒤로 밀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연쇄적인 움직임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황인범이 공을 받은 뒤 주변을 살펴도 전진 패스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결국 다시 뒤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한 명이 움직여도 다음 선수가 반응하지 않으니 모레노가 강조해온 삼각형과 패스 선택지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결국 패스할 곳이 없다는 것은 때로 패스를 받으러 움직이는 선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반 초반 이강인이 중앙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손흥민과 오현규가 번갈아 내려오면서 잠시 공격이 살아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선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패스가 연결됐고, 전방 압박 강도까지 높아지면서 베네수엘라를 뒤로 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축구대표팀의 모레노 감독. [사진 = 대한축구협회] 2026.10.03 wcn05002@newspim.com

◆ 모레노도, 선수들도 답해야 한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투지 문제만 강조하면서 모레노의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같은 문제가 우루과이전에 이어 반복되고 있다면 감독은 선수들이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4-4-2에서 중앙 두 명이 고립되고 전방 네 명과 거리가 벌어지는 문제, 이강인이 측면에서 영향력을 잃는 문제,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잃었을 때 수비수들이 넓은 공간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는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손봐야 한다.

모레노는 자신의 팀을 건물을 짓는 과정에 비유했다. 한 경기 결과가 나쁘다고 건물을 모두 허무는 대신 문제가 있는 문과 창문을 고쳐가야 하며, 필요하다면 시스템 변화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아직 부임 세 경기 만에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건물을 계속 올리려면 설계도만큼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베네수엘라전은 감독과 선수 어느 한쪽만의 실패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모레노는 선수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선수들은 그 구조 안에서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움직이고 기본적인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에콰도르전에서 한국이 보여줬던 축구가 가능했던 것도 화려한 개인기에 앞서 여러 명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다. 공을 잃으면 같이 압박했고, 되찾으면 동시에 앞으로 뛰었다.

김민재가 경기 후 강조한 것도 결국 같은 지점이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새로운 포메이션이나 새로운 스타가 아니었다. 서로를 위해 움직이는 한 발, 그리고 그 한 발들이 연결돼 만들어지는 팀이었다.

wcn050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