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설치를 추진하며 초과세수 활용 논란이 커졌다.
- 총 45조4000억원 중 23조6000억원이 기존 사업에 투입돼 취지가 흔들린다.
- 기금 사용 범위 확대보다 엄격한 원칙과 국회 심사가 필요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명절 할인 재원으로 거론된 '미래'의 돈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예측을 뛰어넘는 '세수 풍년' 시대를 맞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 고민했지만, 이제는 급증한 세수를 어디에, 얼마나 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설치를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그 중심에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세수 변동에 대비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세금이 잘 걷힌다고 모두 써버리지 않고, 형편이 나빠질 때를 준비하겠다는 정부의 고민이 담겼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명분과 쓰는 방식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4개 부문 사업비 구성이 대표적이다. 총사업비 45조4000억원 가운데 신규사업은 21조8000억원, 기존 사업은 23조6000억원이다. 새로 만드는 기금의 사업비 중 52%가 기존 사업에 투입되는 셈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는 순수 지출사업 131건 가운데 감액된 사업이 6건에 불과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나머지 95% 이상은 부처 요구액이 그대로 반영되거나 증액됐다. 신규사업 77건 가운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1건이었다.
기존 사업에도 미래 가치는 있다. 청년의 취업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과거에도 필요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 다만 사업의 필요성과 새 기금으로 옮겨야 할 당위성은 별개다. 기존 사업의 성과는 어땠는지, 기금으로 옮기면 무엇이 나아지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사업의 소속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새 기금의 성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래기금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30% 이하 범위에서 국회에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 내용도 논란이다. 다른 비금융성 기금에 적용되는 20%보다 넓은 범위다. 정부의 재량이 커지는 만큼 국회의 사전 심사 범위는 줄어들 수 있다. 미래를 위한 돈에 더 느슨한 변경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최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나온 발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석 농축산물 할인 지원의 만족도를 언급하며 "내년 설·추석 지원한도를 1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미래대응기금을 언급했다.
초과세수를 활용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민생을 지원하자는 취지였지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쌈짓돈'과 '짝퉁 예비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미래를 위해 남겨두겠다던 돈이 당장의 명절 할인 지원 재원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미래기금에서 돈을 꺼내 써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생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사용 범위를 넓힌다면, 미래 대응이라는 목적에 포함하지 못할 사업이 얼마나 되겠나.
대통령이 제시한 1조원은 전체 기금 규모에 비하면 작다. 논란의 핵심은 액수가 아니다. 필요할 때마다 용도를 넓혀 꺼내 쓸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안마다 지원 요구가 쏟아지고 그때마다 예외를 인정한다면, 장래에 대비한다던 적립의 목적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돈을 남겨 애초 취지대로 쓰겠다는 약속을 정부 스스로 지킬 수 있는가. 당장의 지출 유혹을 견디려고 만든 기금이 당장의 지출을 쉽게 만드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한 돈인지, 정부가 쓰기 편한 돈인지는 '엄격한' 사용 원칙으로 증명해야 한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