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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호르무즈해협, 이번엔 '남의 전쟁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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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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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5월 4일 UAE서 피격된 나무호 사건 뒤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했다.
  • 조사단은 이란제 미사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외교부는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 호르무즈는 우리 선원·에너지와 직결돼 역대 파병과 성격이 다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베트남 32만명, 이라크 3600명… 우리 국민이 먼저 당한 적은 없었다
아덴만 상대는 해적 8명, 호르무즈 상대는 IRGC 잠수함과 대함미사일
2020년 작전구역 3.5배 확대… 1년 뒤 돌아온 것은 한국케미호 나포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지난 5월 4일 오후 3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앞바다.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벌크선 나무호의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이 찢어지며 불길이 솟았다. 배 안에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24명이 타고 있었다. 두 달 열흘 전 호르무즈해협에 들어섰다가 이란의 봉쇄로 페르시아만에 갇힌 배였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23일 뒤 결론을 내놨다. 잔해 엔진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刻印)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나왔고, 탄두 형상은 이란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과 닮아 있었다. 외교부는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이번 파병 논의의 성격을 다른 모든 파병과 갈라놓는다. 대한민국 국민이 탄 배가, 특정 국가 정규군의 대함미사일에 맞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군이 가려는 곳이 바로 그 바다다.

국방부는 8일 "호르무즈 현지 상황파악을 위해 현지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는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고, 미국이 시한을 정해 요청했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가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반(EOD) 투입을 놓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로 확인된 사실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피격된 유조선이 짙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면서 상선 피격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사진 출처=Daily Jang] 2026.09.09 gomsi@newspim.com

◆베트남·걸프·이라크와 무엇이 다른가 = 1964년 이후 대한민국이 국군을 국경 밖으로 내보낸 것은 스무 차례가 넘는다. 그 62년의 파병사를 뜯어보면, 이번 호르무즈가 어느 계보에도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1세대는 '동맹의 청구서'였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32만여 명이 베트남에 갔고, 5099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그 피로 안보와 달러를 샀다. 파병의 목적은 명확했지만, 전장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2세대는 '국제사회 입장권'이었다. 1991년 걸프전에 국군의료지원단(비마부대)과 공군수송단(은마부대)을 보냈다. 규모는 300명 남짓. 그러나 130억 달러를 내고도 "수표외교"라는 조롱을 들은 일본과 대비되면서, 사람을 보낸 나라와 돈만 보낸 나라의 차이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3세대는 '유엔의 이름'이었다.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를 시작으로 동티모르, 레바논 동명부대, 남수단 한빛부대, 아이티 단비부대로 이어진 평화유지활동(PKO)이다. 공병과 의무, 재건이 임무였고 총구는 방어에만 쓰였다.

4세대는 '동맹과 국익의 혼합'이었다. 2003년 서희·제마부대, 2004년 자이툰부대 3600명,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 UAE 아크부대.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전 반대 여론과 부시 행정부와의 견해차 속에서도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결단했다.

이 네 세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가지 않아도 우리 국민이 당장 죽지는 않았다. 명분·동맹·국제적 위신을 얻으러 갔지, 잃은 것을 되찾으러 간 적은 없었다. 호르무즈는 다르다. 이미 우리 배가 두들겨 맞았다. 나무호 이전에도 지난 3월 초 기준, 한국 국적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58명(외국 선박 승선자 35명 포함)이 해협 안팎에 발이 묶였다. 파병 논의가 "국제 기여"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 선원의 목숨"이라는 구체성에서 출발하는 첫 사례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HMM 나무호 선체 외판 파공 부위. 폭 약 5m, 깊이 약 7m 규모로 찢어진 흔적이 확인됐다. [사진=외교부] 2026.09.09 gomsi@newspim.com

◆'해적 퇴치식 해법'은 통하지 않는다 = 우리 국민은 '중동 해역 파병'이라는 말에서 자연스럽게 아덴만을 떠올린다. 2011년 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최영함과 해군 특수전전단이 습격해 인질 21명 전원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말이다. 해적 8명이 사살됐고 우리 측 전사자는 없었다. 석해균 선장은 총상을 입고도 살아 돌아왔다.

그 작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청해부대가 이미 2009년부터 그 바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없었다면 인질은 소말리아 내륙으로 끌려갔을 것이고, 우리는 협상금 액수를 놓고 몇 달을 보냈을 것이다. 파병의 값어치는 '갈지 말지'가 아니라 '있을 때 있었는가'로 결정된다는 것을 아덴만이 증명했다.

문제는 호르무즈에서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덴만의 상대는 소총과 사다리를 든 '해적떼들'이었다. 호르무즈의 상대는 기뢰와 잠수함, 대함미사일과 수상드론을 운용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규 해군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9월 6일까지 대이란 해상봉쇄를 집행하면서 상선 92척의 항로를 바꾸고 3척을 무력화했으며, 2척에 승선 검색을 했다고 밝혔다. F-35A까지 해협 상공을 순찰하고 있다. IRGC는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2척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건 해적 소탕이 아니라 저강도 해상 전역(campaign)이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P-8A는 6대뿐이다.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감시해야 하는 한반도 대잠전 소요를 빼면, 실제로 뺄 수 있는 것은 1~2대다.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보내면 원양 보급 능력의 상당 부분이 그쪽에 묶인다. 규모는 역대 파병 중 가장 작지만, 전력 공백의 비율로 따지면 결코 작지 않다.

이란 해군이 걸프 해역에서 이스라엘 선박을 향해 누르(Nour) 계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VOA 뉴스] 2026.09.09 gomsi@newspim.com

◆국익이 명분이 아니라 숨통을 틔우는 첫 파병 =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몰려 있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난다. 액화천연가스(LNG)도 20% 안팎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2020년 국방부가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확대하며 내세운 논리도 "수입 원유 수송의 70% 이상"이었다.

숫자는 6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국내 정유설비가 중동산 고유황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경질유로 갈아타면 정제 마진이 깎이기 때문이다. 다변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오일쇼크 이후 50년간 구호만 반복됐다.

전쟁의 대가는 이미 청구되고 있다. 3월 9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1.24달러를 찍었다. 7월엔 홍해 봉쇄 우려까지 겹쳐 100달러를 넘었다. 9월 8일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으로 브렌트유는 다시 99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상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우리가 파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이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베트남 파병은 '안보'를 샀고, 걸프전 파병은 국제사회의 '자리'를 샀으며, 이라크 파병은 동맹의 '신뢰'를 샀다. 모두 '있으면 좋은 것'이었다. 호르무즈는 다르다. 이 해협이 막히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봤다.

유조선이 못 들어오면 정유공장이 멈추고, 정유공장이 멈추면 휘발유값이 오른다. 전기요금이 오르고 항공료가 오르고 플라스틱 원료값이 오른다. 그다음은 라면값이고 배춧값이다. 3월에 WTI가 111달러를 찍었을 때, 정부가 부랴부랴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것이 그 증거다. 폭이 좁은 이 바닷길 하나가 막히면 그 충격은 몇 달 뒤 우리 국민의 밥상과 월급봉투로 돌아온다.

베트남에 가지 않았어도 서울의 전등은 켜졌다. 이라크에 가지 않았어도 공장은 돌아갔다. 그러나 호르무즈가 닫히면 전등도 공장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말해온 '국익'이 있으면 좋은 것, 얻으면 유리한 것이었다면, 이번 국익은 없으면 숨이 막히는 것이다.

2019년 청해부대 28진으로 파병됐던 최영함 장병들이 리브보트와 링스해상작전에 분승, 작전지역으로 급히 출동하는 모습. [사진=해군] 2026.09.09 gomsi@newspim.com

◆2020년의 '우회로'는 이제 없다 = 2020년 1월 3일, 미군 드론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살했다. 닷새 뒤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로 보복했다.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임계점에 달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호위연합체(IMSC) 참여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에도 같은 청구서가 날아왔다.

선택지는 셋뿐이었다. 미국의 연합체에 들어가 이란과 척지거나, 거절해 동맹에 상처를 내거나, 제3의 길을 찾거나. 정부는 세 번째를 택했다. 1월 21일, IMSC에는 연락장교 2명만 보내고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의 작전구역만 호르무즈 인근까지 한시적으로 넓힌다고 발표했다. 1130km이던 작전 해역이 3960km로 3.5배 늘었다.

형식은 절묘했다. 이미 나가 있는 부대의 활동 반경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새 파병이 아니고, 따라서 국회 동의도 필요 없다. 명분은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로 한정해 이란에는 "미국 작전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미국에는 성의를 보였고, 이란에는 선을 그었으며, 국내적으로는 논쟁을 피했다. 정부는 이를 성과로 자평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청구서가 날아왔다. 2021년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 공해상에서 케미컬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이 타고 있었다. 혐의는 해양오염이었지만, 이란은 끝내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

선원 19명은 한 달 만에 풀려났고, 선박과 선장은 95일이 지나서야 반다르압바스를 떠났다. 나포 다음 날 청해부대 최영함이 인근 해상에 도착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란이 실제로 노린 것은 미국 제재로 묶인 70억 달러의 동결자금이었다. 애매한 태도는 양쪽 모두에게 애매하게 읽힌다는 교훈이었다.

이번에는 그 우회로가 막혀 있다.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군을 국외에 파견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파병동의안 제출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작전구역 확대'라는 행정적 편법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규모와 성격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면 돌파 외에 길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역대 어느 파병보다 정치적으로 '벌거벗은 채' 이뤄진다.

2024년 10월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해군 해상초계기(P-8A)가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일본은 못 가고, 우리는 안 갔다 = 지금 호르무즈에서 가장 분주한 나라는 일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6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4개국의 항행안전 공동성명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3월에는 영국 제안으로 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네덜란드가 이름을 올린 7개국 정상 공동성명에도 참여했다.

상징적인 장면은 5월 12일에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40여개국 첫 호르무즈 국방장관 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그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참석 의사를 밝히며 "해협은 세계 물류의 요충이자 국제 공공재"라고 했다. 한국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다만 자리에 앉은 사람은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 소장 국장급이었다. 안규백 장관은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참석차 워싱턴에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일본은 장관을 앉혔고, 우리는 국장을 앉혔다. 참석 여부는 같았지만 무게는 같지 않았다.

정작 자위대는 아직 못 움직인다. 헌법 9조 때문이다. 교전이 진행 중인 해역에서 기뢰를 제거하면 기뢰를 부설한 국가에 대한 무력행사로 해석될 수 있다. 자위대법 82조 '해상경비행동'을 근거로 삼아도 호위 대상은 일본 관련 선박에 한정되고 무기 사용도 제한된다. 그래서 일본은 정전 합의 뒤 유기기뢰(遺棄機雷)를 제거하는 1991년 걸프전 모델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고 싶어도 법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반대다. 우리에겐 헌법 9조가 없다. 이미 아덴만에서 18년째(올 9월 현재) 해상작전을 하고 있고, 실전 배치된 소해함과 폭발물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고, 원양 군수지원 능력까지 갖고 있다. 상륙함·소해함·초계기·EOD를 모두 자체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은 못 해서 못 갔고, 우리는 할 수 있는데 가지 않았다. 이 차이가 향후 10년간 국제 해양안보 질서에서 두 나라의 위치를 가를 것이다.

주목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그러고는 자기들 이름으로 방어적 성격의 '다국적 해상연대'를 꾸려 50개국 가까이 끌어모았다. 4월 22~23일 런던 북부 노스우드 영국군 상설본부에서 열린 국제 군사계획회의에는 44개국이 모였고 한국도 참석했다. 미국의 요청에 응한 것이 아니라, 자국 이익을 위해 자국이 설계한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을 택한 것이다. 참여의 실질은 같지만 정치적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정부의 무게중심은 다른 쪽에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월 국회에서 미국이 제시한 해양자유구상(MFC)을 "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FC는 미 중부사령부가 주도하는 연합체다. 같은 바다에 같은 자산을 보내더라도, 영·프 구상에 들어가면 '우리가 정한 임무'가 되고 MFC에 들어가면 '미국이 정한 임무'에 편입된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의 X 계정에 한국어로 올린 게시물.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해협을 항행하는 군함 이미지를 담았다. [사진=바가이 대변인 X 캡처] 2026.09.09 gomsi@newspim.com

◆백지수표는 안 된다 = 전인범 전 사령관의 경고는 여기서 가장 날카롭다. "파견이 곧 백지수표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임무는 세 겹으로 잠가야 한다. 첫째, 목적을 항행의 자유와 상선 안전 보호로 못 박는다. 해상 감시, 선박 호송, 군수지원, 기뢰 대응까지다. 둘째, 이란에 대한 공격작전 참여는 별도의 정치적 결정 사항으로 분리해 명문화한다. 셋째, 교전규칙(ROE)과 연합지휘체계를 파병동의안에 담아 국회 통제 아래 둔다.

우리 군이 미·이란 교전의 '종속변수'가 되는 순간, 나무호의 선원들을 지키러 간 배가 나무호 같은 배를 더 만들어내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란에 대한 설명도 사후가 아니라 '사전'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표는 이미 흐트러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9월 7일 자신의 X계정에 한국어로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올렸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다른 국가가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당사자를 직접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어로 쓴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정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을 향한 메시지다.

2020년의 교훈은 여기에 있다. 그때 정부는 미국과 이란 모두와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우리 입장을 우리가 설명한 대로 읽지 않았다. 협의를 했느냐가 아니라, 우리 임무의 한계가 문서로 명확했느냐가 문제였다. 이번에는 파병동의안에 임무 범위와 철수 조건을 못 박아 테헤란이 오독(誤讀)할 여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연합해군 전력이 지난 7월 22일(하와이 현지시각)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미 해군] 2026.09.09 gomsi@newspim.com

◆규모는 가장 작고 무게는 가장 무겁다 = P-8A 한두 대와 군수지원함 한 척, EOD 수십 명. 병력 3600명을 보낸 자이툰부대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그러나 이번 파병은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답해야 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세계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자기 국민이 탄 배가 대함미사일에 맞았을 때 남의 군함에 호위를 부탁해야 하는 나라로 남을 것인가. 전인범 전 사령관은 이렇게 정리했다. "파견에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도 위험이 있다." 62년 전 우리는 살기 위해 남의 전쟁터에 갔다. 이번엔 우리 배가 다니는 바다로 간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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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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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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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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