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 국립극단이 5일 베이징서 태풍을 공연했다
- 중국 관객들은 용서와 화해 메시지에 호응했다
- 이번 무대가 한중 문화교류 회복 신호가 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2027년 수교 35주년 앞두고 한류 확산 기대 고조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9월 5일 저녁, 중국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 대가에 접한 대화성시공연예술센터. 200여 석의 객석은 밀려드는 관중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오후 7시 30분 연극 공연의 막이 올랐다. 무대에 오른 것은 한국 국립극단의 셰익스피어 원작 연극 '태풍(The Tempest)'이었다. 중국어 제목은 '폭풍우(暴风雨)'다.
이날 공연은 9월 4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이어지는 베이징연극예술제의 국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다. 객석에는 중국인 연극 팬들과 한류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 학자와 매체 기자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관객은 진지한 표정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했다. 대사(자막)와 과장된 몸짓에 웃음과 탄성이 터졌고,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다.
'폭풍우'의 주인공 프로스페라는 동생에게 권력을 빼앗긴 뒤 복수를 위해 거대한 폭풍우를 일으킨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복수 대신 용서를 선택한다. 오랜 원한을 내려놓고 상대의 참회를 받아들이며 화해를 택한다. 그리고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마법까지 내려놓는다.
한국 국립극단의 이번 작품은 권력투쟁과 배신, 복수라는셰익스피어 원작의 갈등 요인보다 관용과 용서, 화해라는 인간적인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날 뉴스핌 기자가 지켜본 것은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만이 아니었다. 애초 기자가 이날 극장을 찾은 목적은 '태풍'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는 것보다 베이징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연극 한류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한 중국인 여성 관객은 "원작에는 복수의 비중이 상당한데, 이번 공연은 비극적이기보다 다소 흥겹고 따뜻하게 느껴졌다"며 "연출자의 창작 의도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 관객은 서로 배경이 달라도 중국과 한국은 셰익스피어라는 '공통의 언어'를 통해 대화와 교류를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처럼의 한국 국립극단 베이징 공연을 보고 난 뒤, 밤 10시가 넘은 시간 공유택시를 타고 2환 내 베이징 중심가를 빠져나오면서 '연극 태풍뿐 아니라 K팝 공연도 이렇게 볼 수는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현실적으론 대형 K팝 공연은 커녕 영화·드라마 중국 진출도 꽁꽁 막혀 있다.
하지만 이날 '태풍' 공연이 열린 베이징 중심가 극장의 풍경에는 분명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었다. 중국희극작가협회와 베이징시문예계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국제연극제의 공식 무대에 한국 국립극단 작품이 서막을 여는 작품으로 올랐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오페라 가수나 라이선스 뮤지컬이 여러 지역에서 중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 내 한국 문화계 인사는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오랫동안 닫혀 있던 한·중 문화예술 교류의 공간에 분야별로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른바 '한한령'과 관련한 소감을 밝혔다.
연극·뮤지컬에서 시작해 전시·학술, 콘텐츠 유통, 영화·드라마, 음악 공연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교류 확대가 한·중 문화교류 회복의 한 경로다. 올해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문화교류를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분야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5일 한국 국립극단 '태풍' 공연에 앞서 만난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1년여 전과 비교하면 문화예술 교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다만 당장 K팝 공연 같은 것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이 원하는 분야를 잘 찾아 공략하면 점차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기자가 만났던 베이징 주재 우리 경제 분야 연구원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 시 우리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내가 잘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교류에 있어서도 상대방이 원하는 영역부터 접점을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과 중국은 2027년 수교 35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11월 이재명 대통령이 선전 APEC 참석차 연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다방면의 양국 간 문화 교류가 한층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한·중 가요제 등 과거 양국 문화교류를 상징했던 프로그램의 재개 전망도 외교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제한적이겠지만 프로그램에는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일부 K팝 가수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월 5일 밤 베이징 중심가 극장에서 한국 배우들과 중국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열린 한국 연극 '태풍' 공연은 그 가능성에 힘을 싣는 무대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