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장기전 우려가 성패 가를 것
전통적 전시 통합 대신 MAGA 결집에 집중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열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엄숙한 전시(戰時) 지도자상을 파괴하고 있다. 그를 권좌로 이끌었던 '트럼프식 정치'가 전쟁 중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특유의 정치 스타일이 정의하는 전시 대통령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지휘하는 과정에서도 "경쟁자들을 공격하고 온라인에 글을 올리며 자신을 권좌로 이끌었던 정치적 본능에 의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전쟁은 여러 현안 중 하나… 국내 정치가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은 국가 비상사태라기보다 관리해야 할 여러 정치 소재 중 하나로 보인다. WP에 따르면, 전쟁 개시를 알린 지난 달 28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게시물 200여개 중 이란 관련 내용은 20% 미만에 불과했다.
대신 코미디언 빌 마허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유권자 등록 시 신분 확인을 강화하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 홍보가 그 자리를 채웠다. 전사한 장병들의 유해를 맞이한 직후에도 그는 "사람들은 부정선거 방지에만 신경 쓴다"며 국내 정치 싸움에 열을 올렸다.
◆ 햄버거와 야구 모자, 그리고 '게임 치트키' 홍보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 시작 직후 전적으로 전시에 몰두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유세행 비행기 안에서 이란 공격을 결정한 뒤, 귀환길에 햄버거집에 들러 손님들과 여유롭게 사진을 찍었다. 전쟁 선포 시에는 정장을 갖춰 입는 대신 USA가 적힌 흰 야구 모자를 썼다.
특히 백악관은 이란 타격 영상에 전쟁 영화나 애니메이션 클립을 합성한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전시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비디오 게임 GTA의 무한 탄창 치트키 코드를 영상에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전쟁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디지털 유희의 소재나 풍자물처럼 소비하는 방식으로, 대중문화계로부터 "전쟁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싸늘한 비판을 부르고 있다.
◆ 확장성 없는 MAGA만의 전쟁… 경제가 변수
가장 큰 문제는 지지 기반의 고착화다. 전통적인 전시 리더십은 초당적 통합을 지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히 자기 지지층(MAGA, 미국을 위대하게) 결집에만 집중한다. WP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81%가 첫 타격을 지지했지만,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54%로 급감했다. 무당파와 민주당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치솟는 기름값은 최대 변수다. 트럼프는 "47년 묵은 과업을 처리하는 짧은 여정"이라며 경제적 타격을 일축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물가 부담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트럼프다움'은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가 선택한 '나만의 전쟁 스타일'이 승부수가 될지, 아니면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지는 전쟁의 지속 기간과 미국인의 지갑 사정에 달려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