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보다 입지별 양극화 심화 우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매각을 유도하면서 매도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상급지에서 가격 상승세가 꺾일지 관심이 쏠린다. 급매 거래가 잇따르며 수개월간 이어진 상승 흐름이 다소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매수자의 자금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급매 위주의 거래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 부담이 여전한 만큼 일부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다주택자 압박에 서울 매물 30~50% 급증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이 크게 늘고 있지만 상급지와 서울 외곽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첫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물이 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보유 부담을 거론하며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왔다. 특히 설 연휴에도 이 대통령은 SNS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하며 다주택자 책임론을 제기했다.
연이은 압박으로 실제 자치구별 매물은 크게 증가했다. 성동구는 매물이 1212건에서 1817건으로 한달새 49.9% 급증했고 송파구는 3526건에서 4922건으로 39.5% 늘었다. 동작구(33.3%), 광진구(33.1%), 강동구(32.8%), 마포구(31.6%) 등도 3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강벨트와 강남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확대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강남3구도 예외는 아니다. 서초구는 6267건에서 7655건으로 22.1%, 강남구는 7585건에서 8813건으로 16.1% 각각 증가했다. 용산구(23.9%), 성북구(23.2%), 영등포구(19.3%) 등도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강남3구와 한강벨트 일대 일부 단지는 실거래가가 직전 최고가 대비 소폭 낮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12일 23억82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 3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억18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는 지난 6일 2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손바뀜된 27억원보다 8000만원 낮은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급매물도 간헐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달초 57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49억원에 급매물이 나와있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84㎡ 역시 지난달 33억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30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 집값 안정 보다 입지별 양극화 심화 우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시장 전반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대출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고금리 기조 등으로 매수 여력이 위축된 상황이라 무주택자나 기존 전월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급매가 아닌 이상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엔 가격대가 높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에선 최근 다주택자 매물 출회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서울 집값 안정을 되찾기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와 한강벨트처럼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수요층이 두텁고 현금 여력이 있는 매수 대기자도 적지 않아 가격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자산가와 고소득 맞벌이 가구 비중이 높고, 학군·교통·생활 인프라 등 주거 선호 요인이 확고해 일시적 매물 증가가 급락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요 기반이 약한 서울 외곽 지역은 상황이 다소 다를 수 있다.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매수세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실수요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 거래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상급지와 비상급지의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서울 내 입지별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물 증가가 곧바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보다 수요의 탄탄함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흐름을 보이며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급지는 유입된 급매를 흡수하며 가격을 방어하는 반면 외곽 지역은 매수세 위축 속에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강남권은 기본 수요가 탄탄해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매물 증가가 곧바로 시장 안정을 가져오기 보단 지역별·단지별로 옥석 가리기가 더 뚜렷해지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