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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공급대책] 김윤덕 국토장관 "유휴부지·공공청사 지속 발굴"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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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최대 1만가구·과천 9800가구 등
핵심 입지 총동원해 총 6만가구 공급
노후 공공청사 활용…2027년부터 5만가구 착공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총 6만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용산·과천·태릉 등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이르면 내년부터 순차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브리핑 하고 있다.2026.01.29. gdlee@newspim.com

29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총 6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번 대책은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계기관이 함께 마련한 첫 번째 성과다. 서울 용산과 태릉, 경기 과천 등 도심 내 부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해 공급 물량을 발굴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 공급지로는 용산, 과천, 태릉, 성남 등이 제시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501정보대 반환부지 등을 활용해 총 1만3500가구를 공급한다. 국제업무지구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기존 6000가구에서 최대 1만가구까지 확대한다.

과천에서는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이전 부지를 활용해 총 9800가구를 공급한다. 주택 공급과 함께 미래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결합된 직주근접형 주거 공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태릉 CC 부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본격 개발에 착수해 교통대책과 충분한 녹지를 확보하면서 6800가구를 공급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와 성남시청 인근에 약 20만평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해 6300가구를 공급하고,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인허가와 보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노후 공공청사와 국공유지 복합개발을 통해 1만가구 규모의 추가 공급 후보지를 발굴했다. 서울 20개소 6000가구, 경기·인천 14개소 4000가구다.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등 도심 우수 입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 이르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고, 2027년부터는 도심 내 핵심 입지 5만가구를 순차적으로 착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김윤덕 국토부 장관,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단장과의 일문일답.

- 태릉 CC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다가 지지부진했던 사업이다. 이번에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은.
▲(김 장관) 태릉 CC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발표됐지만 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세계유산 영향평가 등 3배 이상 평가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관계 부처 간 이견도 있어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는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갖추고, 환경영향평가와 산업 평가 일정에 맞춰 충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질 경우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과거와 달리 국가예산청과 국토부 간 협의도 매우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 8000가구가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협의가 끝난 것인가.
▲(김 장관) 서울시와는 현재도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고, 협의 과정에 있는 사안도 있다. 서울시장은 용산 동자동 추진 과정에서 시행 시기가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조건 하에서 8000가구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해석한다. 국토부는 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학군이나 학교 문제 등이 조정된다면 추가 공급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사업을 잘 추진하겠다.

- 이번 대책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빠진 이유는.
▲(김 장관) 그린벨트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 시점을 정해 일괄 공급하는 방식보다는 지속적으로 조사와 발굴을 병행할 계획이다. 유휴부지나 노후 청사 등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번 성남 지역 사업 중 일부는 우선 분류된 지역에 포함된 곳도 있다.

- 이번 공급은 청년·신혼부부 중심이라고 했는데 임대 물량 위주인가.
▲(김 장관) 임대 물량과 분양 물량을 정확히 구분해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 올 상반기 중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청년층을 포함한 계층별 주거복지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임대가 많고 분양이 적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향후 임대·분양 비중이 구체화되면 별도로 설명하겠다.

- 2020년 8월 발표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유사한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김 장관) 수도권 주택 공급의 가장 큰 난제는 입지 선정이다. 이미 많은 지역에 주택이 공급돼 있어 새로운 입지를 찾기 어렵고, 그마저도 지방정부와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지방 이전을 전제로 한 기관 부지를 포함해 가능한 입지를 폭넓게 조사했다.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에 자족 기능 강화나 첨단 산업·일자리 유치 등과 결합한 개발 방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 기존에 언급된 사업지 중 이번 발표에서 빠진 곳도 있다.
▲(김 장관) 이견이 크고 조정이 되지 않은 사안은 이번 발표에서 모두 제외했다. 향후 의견 차이가 좁혀지고 대안이 마련되면 추가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노후 공공청사 재개발은 대부분 원룸형 임대주택 형태였다. 이번에도 같은 유형인가.
▲(김 장관) 노후 공공청사 개발은 구체적인 건축 형태와 주택 유형을 면밀히 검토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노후 청사는 전면 신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주택 유형도 조정될 수 있다. 분양주택 도입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준비 중이다.

- 오늘 발표된 부지 외 다른 입지 개발 가능성도 있나.
▲(김 장관)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며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련 논의는 앞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논의는.
▲(김 장관) 재초환 문제는 현재 국토부 차원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 민간 정비사업과 관련된 쟁점은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국회 주도로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정부도 참여해 대안을 함께 모색할 생각이다.

- 과천 경마장 이전과 관련한 반발 여론에 대한 대책은 있나. 이전 위치는 정해졌나.
▲(김 장관) 과천 경마장 부지는 한국마사회 소유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이전 결정은 마사회 이사회 결정에 따르게 된다. 농식품부와 충분히 협의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과 마사회 직원, 이용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진행해 영업에 큰 무리가 없도록 하고, 비용과 이용 편의도 충분히 고려하겠다.
▲(김 본부장) 경기도 내에서 방목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조성이 돼 있는 부지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

- 김 장관이 종전 언급한 도심 블록형 주택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추진 상황은.
▲(김 본부장) 국민들의 다양한 주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차원에서 국가건축위원회에서 현재 검토 중이다. 완료하는대로 발표하겠다.

-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 규제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공급 효과가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입장은.
▲(김 본부장)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서는 규제지역으로 묶이더라도 이주 과정에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말한 것처럼 실제 현장에서 중간 대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 향후 정비사업 조합이나 주민들의 애로를 살펴보고 필요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선 방안도 검토하겠다.

- 이번에 발표한 부지들은 모두 LH가 직접 시행하는 사업인가.
▲(김 본부장)LH가 직접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LH 소유 부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는 이미 LH 소유 부지고, 성남 공공주택지구처럼 지구 지정을 해제해 매입하는 방식에선 LH가 사업 시행자가 된다. 일부는 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거나 지역 특성에 맞게 상업지역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각 부지별로 가장 적합하고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으며 주민들이 원하는 업무시설이나 자족시설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결정할 계획이다.

- 착공 시기가 이르면 2028년인데 실현 가능성 있나.
▲(김 본부장)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수립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압축할 계획이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이번 발표가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나.
▲(김 본부장) 지난해 9월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매년 27만가구씩 착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물량의 경우 일부만 그 계획에 포함되고, 약 4만가구 정도는 별도 물량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착공 가능한 물량은 약 14만가구 수준이다. 노후 도심 개발과 3기 신도시, 민간 주택 공급이 모두 원활히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주택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도 올 2~3월 중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 군 부지의 경우 협의가 어려워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곳들은 해당 절차가 끝난 곳인가.
▲(김 본부장) 남양주 등 일부 부지는 이미 협의가 완료돼 사업 방식 변경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첩사 부지 등은 사업을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이전 및 개발 방식에 대해 관계기관과 추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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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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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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