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이후 금융권 최초 원청 교섭 추진
현대C&R 노조, 단협 앞두고 직접 교섭 요구
전체 직원 중 71% 노조 가입, 쟁의권 확보
[서울=뉴스핌] 정광연·이윤애 기자 = 현대해상 자회사인 현대C&R 직원들이 본사(원청)인 현대해상에 직접 노사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금융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에게 직접 교섭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첫 사례다.
연말 단체협약과 연초 임금협약을 앞둔 C&R 직원들은 현대해상과의 교섭을 통해 노동환경개선 및 처우강화 등을 확답 받겠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 이후 금융권 자회사 및 하청 노사관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6일 뉴스핌 취재 결과 C&R 콜센터 노동조합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중으로 현대해상 경영진에게 근로환경개선을 위한 단체협약(단협)에 직접 나설 것을 공식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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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11.06 peterbreak22@newspim.com |
1988년 출범한 현대C&R은 콜센터 업무를 주력으로 빌딩종합관리, 부동산 자산관리, 기획인쇄관리 등을 제공하는, 현대해상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직원은 약 700여명 규모로 대다수가 콜센터 상담원이다. 민주노총 산하인 노조에는 전체 직원 중 500여명이 소속돼있다.
노조는 이번 단협에서 현대해상이 ▲고용안정 보장 및 외주화 금지 ▲자회사 평가지표 및 상담사 평가기준 개선 ▲감정노동자 차별금지 및 권리보장 ▲개인정보보호 본사(원청) 책임 강화 ▲인건비 및 용역비 자료 제공 의무 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사인 현대해상에게 직접 교섭을 요구한 이유로, 노조는 그간 자회사 경영진과의 노사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한다.
올해 초에도 C&R 직원에게 250~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콜센터 상담원만 제외했고, 관리직 등 일부 직군만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에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며 콜센터 업무 중단 사태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노란봉투법 통과로 자회사를 포함한 하청 노동자가 원청인 본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적법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 이번 단협에서는 현실적인 근무환경개선 방안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및 정규직 노동자의 원청 직접 교섭권과 함께 ▲노조 가입 요건 완화 ▲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을 담고 있다. 공포 6개월이 지난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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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용안정 보장'을 통해 본사 차원에서 추진 중으로 알려진 일방적인 인력감축 움직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현대해상은 실적개선을 위해 C&R 등 자회사 구조조정을 검토중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C&R 경영진은 대다수 요구안에 대해 본사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외면해왔다"며 "노란봉투법 통과로 직접 교섭권이 확보된만큼 권한을 지난 현대해상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심도 뜨겁다. 보험은 물론, 카드와 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은 현대해상과 유사하게 콜센터 상담 업무를 자회사 또는 하청을 통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월 기준 16개 은행 콜센터 직원 6700여명 중 87%가 하청(비정규직) 소속이다.
따라서 현대해상이 자회사 노조의 직접 교섭을 수용할 경우, 향후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금융권 자회사 및 하청 소속 직원들의 처우는 크게 상향되겠지만, 반대로 사측의 경영상 부담도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노란봉투법 시행이 내년 3월부터라는 점에서 현대해상이 C&R 노조의 직접 교섭을 거부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이재명 정부 역시 시행 전까지는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에 나서겠다고 강조한바 있다.
다만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필두로 노동시장 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금융권 첫 사례라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이번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해상은 이번 사안에 대해 "현재 콜센터를 담당하는 노조 자체에 교섭을 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자회사가 하는 노사관계, 임금 교섭 등에 대해 관여한 적이 없다"며 "노란봉투법 이후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교섭 당사자들인 자회사와 노조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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