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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뿌리 깊은 북한의 '피(被)포위 의식'..."반미 외치며 미국 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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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제국주의에 둘러싸였다는 위기감
폭압 통치와 식랑난·핵개발의 명분 삼아
김정은 '미국에 인정받고 싶다' 시그널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지도부의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과 일본 등 제국주의 세력에 둘러싸인 북한 체제가 소위 압살책동과 체체 붕괴시도에 맞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로 80년 통치를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이걸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오면서 인권 불모지와 다름없는 폭압적 정치체제를 구축했고, 만성적인 식량난 등 경제난을 변명하는 기제로 활용해온 것이다.

때론 이 피포위의식을 과장해 수령독재와 김 씨 일가 3대세습을 정당화 하기도 했고, 핵과 미사일 도발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권은 미국으로부터의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관계개선을 희구하는 아이로니한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첫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이에 다름 아니다.

반미를 그렇게 죽도록 부르짖고 주민들에게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마지막 가는 장례식 영구차는 미제 링컨컨티넨탈 리무진을 이용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모습에서는 '미워하면서도 경외할 수밖에 없는' 미합중국의 존재감이 투영된다.

북한은 미국을 너무 모른다.

해방 직후 소련 군정에 체제의 운명을 맡긴 김일성과 그 후손들의 사정을 살펴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미국과 혈맹관계를 맺고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살고 교류해온 한국도 미국과의 외교·교역 협상에서 된통 당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철저하게 단절된 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사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농락에 가까운 수모를 겪고 파국을 맞본 것도 미국에 대한 무지에 가까운 상황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분석하고, CNN과 폭스·NYT를 통해 정보를 얻는 한국의 전문가와 외교관리들도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데 미국 한번 가보지 않은데다 관련 정보도 통제받는 최선희 외무상이나 북한 외교라인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어쩌면 김정은의 최대 불행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처럼 노련하고 전략가적 기질을 갖춘 노회한 대미·대남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김정은이 하노이의 굴욕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고 있다.

끝난 것 같은 트럼프가 기사회생해 백악관으로 올 초 화려한 컴백을 한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의 김정은에 대한 브로맨스는 여전했고, 요 며칠 사이에는 노골적인 구애를 하며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시그널을 연신 발신 중이다.

마치 모든 키를 김정은에게 내맡긴 듯한 형국이다.

트럼프와 달리 김정은으로서는 계산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 이어 한반도와 북핵이 여러 아이템 중 하나일 수 있는 트럼프와 달리 김정은으로서는 미국과의 만남이나 담판이 체제의 명운을 건 도박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트럼프의 대북 행보가 내년 노벨평화상 도전을 위한 하나의 소품이자 아이템이라면, 김정은에겐 가진 모든 것을  '다 걸기'(올인) 해야 하는 국면이란 얘기다.

자칫 이번에도 노련한 협상가이자 장사꾼인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말려들 경우 북한의 엘리트 뿐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의심의 눈길을 받을 수 있고 리더십도 상처를 입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의 러브콜에 김정은이 침묵하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로 분석된다.

'불에 한 번 덴 아이는 불을 무서워한다'는 격언처럼 김정은으로서는 하노이에서의 눈물과 기나 긴 평양 귀환 열차편에서 느꼈을 굴욕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판문점에서의 전격 회동이 현실로 재연되고, 평양 대동강변과 강원도 원산의 트럼프타워에서 북미 정상이 의기투합하며 골프라운딩을 할 수 있을 지...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을 슈퍼위크가 이제 절정의 순간을 맞고 있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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