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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이 마주한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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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이후 64년 만에 민간 국방부 장관… 국방위만 15년 '민간 국방 전문가'
"'국민의 군대' 재건 시대적 사명"… "신뢰·소통 힘으로 든든한 국방"
전작권 전환 등 한반도 안보 현안 산적…BTS 병역특례에 부정적 견해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순수 민간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달 23일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활동해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면서 "64년 만에 문민 국방부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안 후보자가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5·16군사정변으로 물러난 장면 내각의 현석호 장관(1961년 5월 18일 퇴임) 이후 무려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이란 기록을 세운다. 5선 국회의원인 안 후보자는 15년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19대 국회에선 국방위 간사로, 20대에는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19대 국회 말기인 2015년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KF-X 보라매 개발 사업의 난맥상을 제기, 공론화한 것도 그의 주도로 이뤄졌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6.27 choipix16@newspim.com

안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이후 '국민의 군대'를 재건하라는 시대적 사명의 무게를 엄숙히 받아들인다"며 "신뢰와 소통, 그리고 강력한 힘의 세 기둥으로 흔들림 없이 든든한 국민주권정부의 국방을 만들어가겠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안 후보자에게는 우선 '12·3 비상계엄'으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군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신임 국방 수장의 급선무로는 국방 문민 통제 확립, 방첩사·정보사 개혁 등 계엄 후속조치로서의 국방개혁 과제, 초급간부 처우 개선, 주한미군 감축 등 대미 군사 문제,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급변하는 역내·외 안보환경의 변화 대응 과제까지 다양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안 후보자는 온화한 성품으로, 이전에도 수차례 국방부 장관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국방위 기간 동안 군 인사들과 폭넓은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안 후보자가 군 내부의 반발과 리더십 확보 문제를 불식하고 다양한 안보 현안들을 두루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휴전 이후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정부 출범 초기를 제외하고 국방부 장관은 예외 없이 군 출신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요직을 독식하면서 국방부가 '육방부'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특정 군(육군)과 특정 출신(육사)에 편중된 군은 결국 선거철마다 캠프에 줄을 서는 정치군인을 양산했고, 불법적 계엄 사태를 촉발한 사병(私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국헌 전 국방부군비통제관(예비역 육군소장)은 "문민 통제의 본질은 국방 의사 결정을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그 대리자인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다는 것"이라며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느냐 없느냐는 본질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늘날 그런 일은 '이제 생각할 수도 없으므로' 이런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는 군을 잘 모르는 민간인을 자극할 수는 있으나,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란 것이다.

세계 최대 군사 강국인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문민 인사가 국방부 장관을 맡는 것은 문민 장관의 장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문민 국방부 장관은 국방 정책을 좀 더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군 출신 장관은 군사 작전과 병력의 지휘통솔에는 능하지만, 경제·과학기술·외교 등 외부 요소를 총망라한 총합적 국방 정책을 설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문민 국방부 장관은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군사적 전문성과 군의 '밑바닥'을 모르는 것은 문민 장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북한의 기습 도발 등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군사적 식견과 작전적 이해가 미흡한 문민 장관은 참모의 조력을 받아 신속한 의사 결정과 명령을 내리는 데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체계의 특성에도 군 출신 장관보다 기본지식이 부족할 것이다. 과거 국방차관이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전차'와 '장갑차'를 구분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 출신에 비해 약점으로 꼽히는 국방 전략이나 작전에 대한 부분은 이두희 차관 이하 참모진의 조언을 경청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면서 "안 후보자는 국방위에서 오랜 기간 군의 문제를 살폈기 때문에 초급간부 처우 개선 등 예산 확보가 필요한 핵심 과제들을 해결할 때 국회·행정부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국헌 장군은 "국방부의 문민화, 특히 문민 국방부 장관의 등장이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여기에서 말하는 문민화는 군인이 아닌 것이 기준이 아니라, 케네디 행정부의 로버트 맥나마라, 레이건 행정부의 캐스퍼 와인버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널드 럼즈펠드, 오바마 행정부의 로버트 게이츠와 같은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검증된 인물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이 국방부 문민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안 후보자가 군 내부의 반발과 지도력 확보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불식하고 문민 장관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욱 신뢰받는 강군을 건설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와 함께 유능한 군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스킨십이 받드시 필요하다. 국방부 장관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리해 군을 일상적으로 지휘한다. 대통령도 국방부 장관 주변을 대통령실 참모들이 에워싸고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 자신의 손발을 묶는 어리석은 처사이기 때문이다.

안규백 장관 후보자는 북핵 문제와 미·중 패권 경쟁, 신흥 안보 위협 등 대한민국이 직면한 다층적 안보 위기 앞에서 국방은 무기로만 지킬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전작권 전환문제는 문민 국방부 장관이 떠안게 될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에 따라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국정기획위는 국방 분야 제1 핵심 과제로 전작권 전환을 선정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곧 대통령실에 보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열린 신임 주일미군사령관 취임식에서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 겸 미 5공군사령관(오른쪽)이 지휘권을 상징하는 부대기를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해군 대장)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 권한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진=미 공군] 2025.07.03 gomsi@newspim.com

스티븐 조스트 주일 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주일 미군의 권한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주일 미군 강화가 주한 미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는 "주한 미군 전작권 이양과 함께 주한 미군 사령관은 중장으로 내리고, 현재 중장이 맡는 주일 미군 사령관을 대장으로 올려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일본이 미국에게 동북아를 하나의 작전구역으로 묶자고 제안한 일명 '원씨어터' 전략의 일환이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전작권 전환 이후 새롭게 시도되는 공동방위체제가 현재의 연합 방위체제처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겠는가에 대해 걱정하는 예비역들이 많다"면서 "'자주국방'의 본뜻은 '국방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자주성'이지, '독자 국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촌의 연합 방위 시대에 독자 국방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나라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굳이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면 '협력적 자주국방'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자는 1983년부터 약 22개월간 육군 제35보병사단 예하 제105보병연대에서 헌병(MP)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1985년 일병으로 소집 해제됐다. 안 후보자는 병역의 형평성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한 듯하다. 그는 2022년 8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늘날 방탄소년단이 대중 예술로 국위를 선양한 건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공부한 청년이나 농촌의 농사를 짓는 청년, 방산 업체에서 근무하는 청년도 다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자 본인은 '방위병' 출신이지만, 본인의 세 아들은 모두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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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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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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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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