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막으면 불친절, 놓치면 참사....비상문 앞에 선 승무원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공황장애·폐소공포증 호소 승객 급증
"말하지 않으면 몰라"...기내 위기의 시작
"누구도 안심 못해" 승무원들 압박감 속 비행
"우리는 서비스를 넘어,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에어서울 여객기에서 이륙 전 비상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륙 직전이었던 덕분에 대형 인명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해당 승객의 "폐소공포증으로 답답해 문을 열었다"는 진술은 항공 안전의 사각지대를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전·현직 승무원들은 이 같은 일이 결코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등을 호소하며 "내리게 해달라"며 도어 쪽으로 향하는 승객이 생각보다 많고, 특히 짧은 거리의 국내선에서는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강하게 제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승객의 질병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자칫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AI 제공]

◆공황장애 호소하며 "문 열겠다"…이제는 낯설지 않다
전직 사무장 A씨는 "국내선 기준으로 보면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문을 열겠다고 호소하는 승객을 겪는다"고 했다. "답답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비상문 쪽으로 달려가려는 승객이 있고, 비상문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기종의 경우 화장실과 비상문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승객이 무심코 문에 손을 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직 승무원 B씨 역시 "비상문 쪽에 앉은 승객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며 "돌발행동이 생기면 바로 대응하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등 정신적 질환을 앓는 승객들은 대부분 사전 고지를 하지 않는다. A씨는 "탑승 전 스스로 말을 해야만 승무원이 '스페셜 핸들링' 정보를 공유 받는다. 그런데 대다수는 '탑승 거부당할까 봐' 증상을 숨기고 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든지, 정신을 잃는 사례도 있는데, 여권을 조회해보면 비상 연락망이 수십 개 있을 정도로 위험한 분들이 아무 말 없이 혼자 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이 닥쳐도 승객이 질병을 이유로 고통을 호소하면, 승무원은 함부로 제지하기 어렵다. B씨는 "앞쪽에 화장실이 있어 이륙 전에 앞으로 걸어나오는 승객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며 현실적인 제약을 설명했다.

A씨는 "문 앞에서 날 선 시선으로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으면 불친절하다는 민원을 넣는 승객도 있다"며 "승객을 함부로 대했다는 오해가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 넘어 압박·긴장감의 연속
비상문은 단순한 문이 아니다. 승무원들에게는 생명줄이자 위기의 중심이다. A씨는 "비상문은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도어 근처에 승객이 다가오기만 해도 우리는 긴장을 넘어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에어서울 사건에서도 승무원들이 먼저 문 개방을 막았으나, 승객이 곧바로 반대편 도어를 열며 슬라이딩 도어가 작동됐다. B씨는 "기체 파손뿐 아니라 운항 차질과 대체기 투입으로 항공사에 막대한 손실이 생겼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현장 대응만으로는 이런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A씨는 "문 여는 방식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한다. 어떤 항공기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 상황 때는 빨리 열려야 하니까 구조 자체가 간단하게 설계됐지만, 이제는 그 단순함이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며 "승무원만 알 수 있는 장치나 이중 잠금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씨는 "비상문이 너무 복잡하면 탈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기내 안전과 구조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사진=뉴스핌DB]

◆"비상문 개방은 중범죄…처벌 강화해야"
승무원들은 "비상문 개방은 단순 소란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한다. A씨는 "벌금 5000만원 이하라는 안내방송은 아무 효과가 없다"며 "징역형을 포함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도 "항공사 차원에서도 '평생 탑승 금지' 같은 제재가 필요하다"며 "하나의 돌발행동이 항공 안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승무원의 업무는 '서비스'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A씨는 "우선순위는 늘 승객 안전과 보안이며, 서비스는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비상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훈련된 인력이란 사실을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승무원이 단순히 음료를 나르는 역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처벌이 약하다는 신호"라며 "강력한 항공보안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화되지 않은 사고도 많다. 언론이 이 실태를 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한 사람의 행동이 수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주도서관 현장 매몰자 추가 수습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상태다. 11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안전 사고를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2025.12.11 bless4ya@newspim.com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이날 오후 2시 52분에 의식 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1분을 기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53분쯤 지하층에서는 또다른 작업자 1명이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이 8시 13분쯤 잔해를 치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총 97명이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미장 및 철근, 배관 관련 작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 2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2마리,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해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밤샘 수색 작업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협조를 구해 조명도 설치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의 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에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단계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연면적 1만164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총사업비는 516억원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 13일까지였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하고 철근이 집중돼 있어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less4ya@newspim.com 2025-12-11 21:26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