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I 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리가 일해 왔던 방식을 통째로 바꿀 혁신' - 지난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AI가 'AI 에이전트'로 한 단계 진화한다. 다수 시장 조사 기관들과 IT 업계 CEO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2025년 대표적인 화두는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독립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결정을 내리며,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AI 기술이다. 이를 위해 AI 에이전트는 센서나 데이터를 통해 외부 환경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사전 결정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작업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한다. 개념상으로는 마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AI 비서 자비스(JARVIS)나 영화 Her의 운영체제 사만다와 유사하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챗GPT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았던 생성형 AI는 대화를 나누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등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했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신기하고 재밌기는 하지만 쓸모는 글쎄...라고나 할까?
업계에서는 2025년 AI 에이전트가 그 '쓸모'를 증명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술들이 준비되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일부 모델들도 공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금까지 생성형 AI가 문서·이미지·영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용자뿐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을 조작하며 예약·주문·쇼핑 등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AI 에이전트를 탄탄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기술은 멀티모달(multimodal)이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를 이해하고 입, 출력하는 멀티모달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 활용도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5월 오픈AI가 공개한 멀티모달 모델 'GPT-4'는 평균 응답 시간 약 320밀리초로 인간 대화 수준에 가까운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50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AI 모델의 경량화, 온디바이스(on-device) AI의 확대 추세 역시 AI 에이전트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것을 돕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라스에 에이전트 '메타 AI'를 탑재했다. 내장된 마이크와 카메라로 환경을 인식하고 대화형 응답을 한다. 안경을 통해 본 외국어를 번역하고 사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구매해야 할 물품의 사진을 찍은 후 리마인더와 알람까지 설정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시그라프 2024(SIGGRAPH 2024)' 콘퍼런스에서 "현재 안경을 쓰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 글라스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본다"며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게 될 것"을 전망했다.
모바일 기기는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데이터 수집 도구로 여겨진다. 결국 어느 기업이 얼마나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고 개인화 서비스를 위한 사용자 정보 등을 확보하는가에 따라 AI 에이전트의 성능이 결정된다. 같은 맥락에서 자율주행차, 로봇 등 일상 속 AI 에이전트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구글 검색 대항마로 불리는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역시 "앞으로는 누구나 '생각 파트너(thought partner)'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개인 맞춤형 AI 에이전트의 대중화를 예견했다. 과거엔 검색 도구 따로 연구 도구 따로였지만 곧 AI 에이전트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AI 에이전트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에이전트들이 소통을 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한층 다이내믹해진다. 최근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메타 에이전트', 일명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트' 이야기다.
개별 에이전트에 업무를 분담하고 조율하고 통제하는 메타 에이전트는 다양한 에이전트를 관리해 전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한다.
예컨대 금융 서비스에서는 한 에이전트가 경제 지표를 분석하고, 다른 에이전트가 산업 동향을 평가하며, 또 다른 에이전트가 재무 기록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메타 에이전트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관리하거나 다단계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등 진정한 '가상 노동자(virtual workers)'로서 3~4인의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
시장 조사 업체 마켓 앤 마켓은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가 2024년 51억 달러(약 6조8천억 원)에서 연평균 44.5% 성장, 2030년에 471억 달러(약 6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AI 에이전트의 안정적인 성능 보장과 강력한 통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다.
독립적 수행을 위해 AI에게 다양한 권한을 넘기면 편의성이 높아지지만 AI의 통제 불능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강력한 AI 에이전트 통제를 위해서는 AI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정도, AI 에이전트의 작동 과정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기능은 물론 AI 에이전트 작동 한계를 설정하는 가드레일 방식까지 철저하고 엄격한 감독과 규칙이 필요하다.
자율 행동에 따르는 책임 소재와 투명성의 문제, AI 에이전트로 인한 문제 발생 시 해결 및 책임 배분 체계도 준비되어야 한다.
잠재력이 큰 기술일수록 일반화는 신중해야 한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말처럼 'AI 에이전트가 윈도우 이래 가장 큰 컴퓨팅 혁명'이 될지 그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골치 아픈 시스템이 될지는 AI 자율 행동에 대한 인간의 책임 있는 감독에 달려있다. 우리가 만든 지능적 존재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있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