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최종안 제출…"직전보다 진전된 안"
입점업체 견해차 여전…눈높이 맞추기 어려울 듯
지금도 힘든 매출 하위 업체…"남는 것 없어"
틈새노린 요기요, 입점업체와 단독 협의 나서기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안 합의가 지지부진하다. 공익위원들이 플랫폼에서 제시한 최종 상생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입점업체와의 합의는 또 다른 문제다. 100일 넘게 11차례 회의가 개최됐음에도 협상은 별다른 진척 없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모두 각자의 입장을 견지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른 판단을 내릴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지금도 여전히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내는 일부 소상공인만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자영업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100일 넘게 11회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사진은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11차 회의 브리핑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4.11.08 mironj19@newspim.com |
◆ 공정위 기준 통과해도 입점업체 남아…'산 넘어 산'
1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상생협의체 공익위원들은 이날 해당 상생안을 중재 원칙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측은 전날 해당 원칙을 적용한 '최종안'을 제출했다. 11차 회의보다는 진전된 안으로 전해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관건은 최고 수수료율을 얼마큼 인하했는지, 입점업체 부담 배달비를 얼마까지 확대했는지 등이다. 지난 회의에서 배민보다 높은 수수료를 적용해 공익위원들의 비판을 샀던 쿠팡이츠가 얼마큼 수수료를 인하했는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일단 공익위원의 기준은 맞췄을 거라고 본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한데, 이를 벗어난 안을 제출할 경우 이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은 최종안이 테이블에 올릴 수준이 된다고 파악하면 12차 회의를 열고 이를 입점업체와 논의하게 된다.
그러나 양사 플랫폼이 아무리 진전된 안을 갖고 오더라도 입점업체가 제시한 '5% 이내 수수료율'을 맞추기는 어렵다. 앞서 한 업계 관계자는 "5%라는 건 지금보다 절반가량을 깎으라는 건데 그건 플랫폼 사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견해차는 좁혀졌지만 협상에 이르기엔 여전히 양측 입장이 너무 다르다. 협상이 파행될 경우 공익위원들이 작성한 중재안이 정부 권고안 형태로 발표될 예정이다. 권고안은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유지된다면 플랫폼사는 정부와 공정위 측 전방위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와 관련해 "(협의가) 제대로 안 되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조사 관련된 부분은 공정위의 역량을 다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
◆ 영세 소상공인은 지금 이 시간도 힘들다…이 때 나선 요기요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양측 모두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로서는 협상을 일찍 끝내서 이로울 게 없고, 입점업체의 경우에도 한 번 협상을 매듭지으면 이후 수정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빨리 끝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가장 힘든 것은 매출이 낮은 하위 입점업체 일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높은 수수료를 감내하며 상생협의체 결과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도매가에 파는 과일을 싸게 떼어다 소량으로 소분해 판매하는 영세소상공인이다. A씨는 자영업자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최소 주문 금액 1만5000원 기준 팔면 2000~3000정도 순익이 발생한다"며 "요즘 과일값이 올라서 더 힘들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날 요기요는 상생협의체와 단독으로 협의를 맺고, 타사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개수수료를 기존 12.5%에서 9.7%로 인하 ▲주문 건수에 따라 배달은 최대 4.7%까지 추가 인하 ▲소비자 영수증 정보 개선 ▲배달 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이다. 이는 A씨와 같이 지난한 상생협의체로 고통받는 자영업자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9.7%로 중개수수료 최고율이 높음에도 협의가 성공한 것과 관련해 요기요 측은 "타사의 경우 배달비, 광고료 등이 별도로 붙으면 실질적으로는 10%를 넘는 수수료율이지만 저희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현재로서는 저희가 상생안 중에서 (입점업체가 제시한 수수료 안에) 가장 근접하다"고 강조했다.
배달 3사 플랫폼 이미지. [사진=인터넷 갈무리] |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