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6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유럽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개장과 함께 2%가 넘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전장보다 2.75포인트(0.54%) 떨어진 506.78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개장 직후에는 519.09(+1.88%)까지 올랐지만 이후 점차 하락세로 돌아섰고, 오후 3시쯤부터는 마이너스(-) 단계로 들어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16.96포인트(1.13%) 내린 1만9039.31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37.54포인트(0.51%) 하락한 7369.61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5.71포인트(0.07%) 떨어진 8166.68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531.34포인트(1.54%) 하락한 3만3940.72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는 343.90포인트(2.90%) 급락한 1만1495.30에 마감했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범유럽 벤치마크 지수는 개장 후 1시간 정도까지는 빠르게 오르는 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유럽 경제와 증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특히 방산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가 유럽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규모를 줄이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선까지 국방비를 지출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여파였다. STOXX600 지수에 등록된 항공우주방산 섹터는 최종 2.13%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의 무역·관세 정책이 꼼꼼히 평가되면서 바뀌었다. 미 CNBC는 "유럽 시장이 트럼프의 당선에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유틸리티 섹터가 영향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유럽 증시의 유틸리티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취임 첫 날 행정명령으로 풍력 프로젝트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유틸리티 섹터는 이날 2.55% 급락하면서 전체적인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글로벌 풍력발전 1위 기업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각각 12.79%, 12.82% 폭락했다.
트럼프는 또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 국가들이 미국 상품을 충분히 구매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 주력 수출 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자동차 업종이 대표적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 6.44%, BMW가 6.58% 급락하면서 자동차·부품 섹터는 2.3% 하락했다.
UBS의 주식 전략가들은 "트럼프 체제 하에서 유럽 증시는 상승 여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럽 시장은 잠재적인 무역 관세, 일부 친환경 에너지 이니셔티브의 철회 가능성, 유럽의 방위비 지출 등 세 가지에 포커스를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금리 결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편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3분기 매출이 예상을 상회한다는 발표와 함께 0.6%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