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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이방인]④ 이-팔 전쟁 토론 유창했던 그녀…한 단어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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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할 언어 선택

농담 따먹기·토론까지 하는 외국인 학생도
고등학교 공부 따라가는 데 어려움
단계적 배움 없어 대학·직장 생활까지 영향
더 많은 교육기관 필요…단계적 학습법도 절실

부모 중 한명이 한국 국적이고 다른 한명은 외국 국적인 '다문화 가정'과 달리, 최근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 가정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국적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난다. 익숙한 한국에서 살고 싶지만 노력해도 한국 사회의 허들은 높다. 적은 선택지 때문에 번번이 오답을 찍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구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다나(가명·19)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CNN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다나 입장에서는 해당 방송사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CNN은 이스라엘인을 '순교자'라며 높여 불렀고, 팔레스타인인을 건조하게 '사망자'로 칭했다.

"팔레스타인은 피해자예요." 다나는 팔레스타인이 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 독립운동가가 일본인을 쐈듯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폭력은 불가피하다. 다나는 팔레스타인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대만의 식민지 역사를 끌고 오기도 했다. 

이후 외국인 여성에게 여성용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다나는 취재진이 말한 한 단어에서 멈춰섰다. 그 전까지 다나의 생각은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혜적'이 무슨 뜻이에요?"

◆ 농담 따먹기까지 해도…"고등학교 공부는 못 따라가요"

'시혜적'은 고등학교 사회문화 과목에 나오는 단어다.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뜻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단어는 정작 국립국어원의 '국어 기초 어휘 목록' 4만 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혜적'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일상에서 한국어를 무리 없이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언어와 학습언어가 극명히 나뉘는 지점이다. 실제로 다나는 일상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따라갈 정도로 학습언어에 유창하지는 못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다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몇 개를 골라 빠르게 문장을 짜냈다. 버벅거리지도 않았다. 다나는 공동체의 규범을 인지하고 성찰하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다나는 지난해 지자체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참석해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서구 세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복지 국가는 사회 복지의 증진을 국가 간 주요 경쟁 항목으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국가 중심 사회 복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수능특강 발췌)' 같은 문장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다나와 같은 이들은 적지 않다. 중도입국 청소년 하오위(가명·19)는 고등학생 1학년 때 스스로 유급을 택했다. 고등학교 수업은 어려웠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다. 두 번 반복된 수업 끝에 성적표에 내신 3등급이 찍혔다.

'안 되겠다.' 2학년 명찰을 받아든 하오위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가득 찼다. 그 전까지 하오위에게 포기는 없었다. 11살 때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후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고 자부했다. 중학생 때만 해도 성적표를 받아들면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그 마음은 어느새 바래 있었다. 2학년 교과서만 보면 울렁거렸다. 고등학교에서 남은 2년을 몇 번이고 반복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 의무교육-고등교육-취업 수순마다 이탈…한국어가 가장 큰 벽

현장에서도 일상언어를 완성해도 학습언어를 가르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한다. 박상희 인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장학사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배워서) 학교에 갔음에도 공부할 때 필요한 한국어를 완성하기까지는 6~7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탈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다문화 학생들은 초등학교에는 11만1640명, 중학교에는 3만9714명, 고등학교에는 1만6744명이 진학한다. 

한국어는 외국인 학생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들의 체류 자격을 결정하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해야만 비자(D-2)를 받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어려운 한국어 때문에 고등교육이나 학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퇴할 경우 체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등록 외국인'이 된다. 

성적이 낮은 상황에서는 대학을 다니기도 어렵다. 법무부에서 D-2 비자를 연장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성적이다. 법무부가 '가짜 유학생'을 가려내기 위해서 도입한 평가 기준이라지만,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학업성취도 기준이 높은 한국에서 학습언어를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특정 직업·직종에서만 쓰는 한국어도 알아야 한다. 은수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실장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쟁반'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쩔쩔매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은 실장은 이어 "공부에만 매달려 있는 친구들은 청소년기에 알아야 할 문화나 예절을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도 표했다. 

한국인은 '의무교육 - 고등교육 - 취업'을 당연하게 넘어야 할 과정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주배경 청소년에게는 하나의 허들이 더해진다. 매번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부담이다. 결국 하오위처럼 생애주기가 미뤄지기도 한다. 

◆ "시험 수준 낮춰야" VS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오간다. 시험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A씨는 실무가 뛰어나지만 필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한국에서 살지 못하는 외국인을 목격했다고 한다. A씨는 한국어 시험 난이도를 낮추되, 이주배경 청소년이 직장에 들어가든지 자격증을 딸 때 실무 기준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교원 B씨는 시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을 특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외국인들의 성적이 높아지더라도 한국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어차피 대입 준비 때도 외국인 전형이 따로 있고, 한국에 있는 외국인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관에서 일하는 C씨는 "이들이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똑같이 경쟁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한두번 배려받으면서 취업까지 연결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당연히 거쳐가야 할 곳으로 생각하는 실무자들도 많다. 지자체 관계자 D씨는 "한국어를 알려줘도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준은 안 된다"라고 인정했지만, 대안학교 등의 방안에는 회의적이었다.

외국인들이 궁극적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인정받아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D씨는 "한국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면 학교에는 꼭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원한다는데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단계적 교육 기관 절실…학생들 반응 '긍정적'

하지만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위해 단계별 교육 기관이 절실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 기초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나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 수업에 필요한 용어를 설명해주는 곳은 드물다. 

모범 사례로 인천교육청이 주목할 만하다. 인천교육청에서는 한국어 단계적 학습법을 일부 초등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프리스쿨 학급 대안 교실이다. 학생들은 주에 20시간, 두 달간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이후에는 한국어 공부 시간이 주 10시간으로 줄어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학급에서 공부하게 된다.

한국어 공부가 끝난 3단계에 이르러서도 외국어를 공부한 학급 선생님들이 따로 외국인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들의 학습을 도운다.

실제로 외국인이 유난히 많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직접 러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이들을 일대일로 칭찬하는 등 의사소통을 위함이다.

다나 역시 교육청에서 지정한 대안위탁기관에 다니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꿈빛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 센터에서는 학생들의 언어 수준을 고려해 이들을 각각 1반과 2반으로 나눠 가르쳤다. 

선생님들은 수업 도중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러시아어와 영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으로 번역된 교과서를 나눠주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원어로 번역했을 때 의미가 잘 전달되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 접근성 낮은 교육기관…지역 곳곳에 선생님 배치해야

정규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개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박상희 장학사는 아이들 한명한명을 붙잡고 수업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급격히 늘어나는 인천은 섬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박상희 장학사는 한 학교에 한국어 교육을 필요로 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두명만 있어도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간에도 교육 편차가 큰 만큼, 정부에서 일괄적인 조사를 통해 교육기관을 갖출 필요도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지자체에서 공교육 진입 전 학생과 진입 후 학생을 나눠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노라(가명·20)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학생 시절 동안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 노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레인보우스쿨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센터가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낮다. 

박상희 장학사는 "이주배경 청소년들도 학교 내에서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고, 대학도 가고 싶어한다"면서 "방치된 이들이 결국 해외로 나간다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손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ell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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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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