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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어사전 15 [ 열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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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깃불과 된장찌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있는 밤
부채와 탁족, 보신탕 등 더위 견디는 다양한 방법
루이 암스트롱의 '서머 타임', 한대수의 '물 좀 주소'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해가 질 때를 기다려서 마당에 모깃불이 지펴졌다. 매캐한 연기에 모기들이 기침을 하며 저만치 물러났다. 허기가 목까지 차오를 때면 마당의 평상 위로 저녁상이 나온다. 식구들은 호박을 썰어넣은 된장찌개에 연신 숟가락을 들이댄다. 호박잎쌈에 된장 한 숟가락 얹어서 척척 싸 먹으면 더위 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등짝을 타고 흐르는 땀을 어쩌지 못하면 하나둘 수돗가로 가서 등목부터 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홍도의 '풍속도첩'. 2024.08.01 oks34@newspim.com

여름 밤하늘에 별이 지천이니 헤아리는 건 불가능 했다.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연신 부채질을 해주면서 옛날이야기 주머니를 열었다. 비 오는 저녁 동네 건장한 청년이 도깨비를 만나 씨름으로 승부를 가린 얘기부터 먼저 떠난 애기 귀신이 밤마다 엄마를 찾아와 구슬프게 우는 얘기까지. 그뿐인가. 몽달귀신, 처녀귀신, 붉은 도깨비, 푸른 도깨비까지. 그 얘기를 듣다보면 등골이 오싹하여 할머니 품에 파고들었다, 밤이 이슥해지면 열대야(熱帶夜) 쯤이야 문제될 게 없었다.

냉장고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무더위를 견뎠다.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하는 탁족(濯足),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는 천렵(川獵),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회음(會飮) 등 무더위를 견디는 방법은 가지가지였다. 흔히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속을 덥히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다. 복달임은 대개 보신탕 중 으뜸인 개장국으로 했다. 물론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말이다. 또 다른 말로 구장(狗醬), 구탕(狗湯)으로 불렸다.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절기의 복(伏)'자는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자'를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옛날 개들은 복날을 무사히 넘기기 쉽지 않았다. 복날 개장국을 먹은 건 더위와 액(厄)을 물리치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셈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대표적인 여름용품이었던 부채는 이제 에어컨과 선풍기 등에 밀려났지만 열대야를 견디는데 여전히 유용하다. [사진 = 본사 자료사진] 2024.08.01 oks34@newspim.com

'한쪽 죽지는 숨겨놓고/ 구름속 멀찍이 숨겨놓고/ 한쪽 죽지만 접었다 펼쳐든 날개라 하자/ 떨리는 눈썹은 내리깔고/ 이마 위에 주름살 다시 걷어/ 안개를 실어낸 학(鶴)이라 하자/ 물결에 일렁이는 학(鶴)이라 하자'
시조시인 김상옥의 '부채'에서 노래했듯이 열대야를 견디는 데는 부채 만한 물건이 없었다. 우리 속담에 '여름 생색에는 부채요,겨울 생색에는 달력이라'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부채를 대신하는 냉방용픔이 넘쳐나지만 멋스런 부채 하나쯤 옆에 두고 사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 하긴 시원한 죽부인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밤이 계속된다.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구촌이 더워지면서 열대야가 계속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 탓인지 도로가 한산하다. [사진 = 사진작가 양재명 제공]    2024.08.01 oks34@newspim.com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문학동네, 2004)에 실린 시 '열대야'에서 시인 나희덕은 속옷마저 벗어던지고 자는 동거인에게서 감각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적나라함을 발견한다. 조선 영조시대의 가객 김수장은 그의 저서 '해동가요'에서 '복더위 찌는 날에 맑은 계곡 찾아가/ 옷 벗어 나무에 걸고 풍입송 노래하며/ 옥 같은 물에 이 한 몸/ 먼지 씻어냄이 어떠리'라고 노래한다.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촌에서 열대야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름날에는 사는 일이 평온하지/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목화는 잘 자랐다네/ 네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쉬잇, 아가야 울지 마라…/ 언젠가는 네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를 거야/ 아침이 올 때까지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아빠와 엄마가 지켜줄 테니까.'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엣곡으로 유명한 '서머 타임'은 이런 여름밤에 잘 어울린다.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로 시작하여 최고의 듀엣이 주고받는 화음은 푹푹 찌는 열대야를 잊게 만든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키스 재럿, 제니스 조플린 등 수 많은 가수가 다시 불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물 좀 주소'라고 외쳤던 한대수의 데뷔앨범. 2024.08.01 oks34@newspim.com

한대수는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라고 노래한다.
1969년 남산 드라마센터에 갓 스물한 살의 히피청년이 무대에 섰다. 전주도 없이 느닷없이 토해내는 노래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대중잡지에서는 '한국 땅에 첫 히피 상륙'이라고 썼다. 훗날 송창식은 그 무대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작곡을 시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막 귀국한 한대수는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등 파격적인 노래들을 선보였다. 뉴욕사진학교에 다니면서 틈만 나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가서 잭슨 폴락의 추상화를 감상하던 청년이 외롭고 답답할 때마다 쓴 노래들이었다. 그에게 청춘은 열대야 만큼이나 참기힘든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

장마와 태풍, 역병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들의 여름이 흘러간다. 사는 일이 평온하기를 바라지만 인간 사는 세상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 바야흐로 열대야를 견디면서 각자도생 해야 하는 시대다.

oks34@newspim.com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8.01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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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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