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헤드라인 차별화…물가 불확실성 커져"
"금통위원 1명만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놔"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12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내려오고 있지만 농산물과 유가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금통위원 전부와 저를 포함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근원물가와 헤드라인(소비자물가)은 그동안 같이 움직였으나 차별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2024.04.12 photo@newspim.com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2개월 연속 3.1%를 기록했다. 반면 근원물가는 지난 2월 2.5%에서 3월 2.4%로 떨어졌다. 근원물가는 국제유가와 곡물가 등 공급 변수를 제외하고 수요 압력에 의한 물가 상승 수준을 보여준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가 내려가도 소비자물가가 높게 유지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해 근원물가가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이 총재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연 3.50% 유지를 결정했다. 다만 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의견이 갈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후 3.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원 1명은 3.5%보다 낮게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공급 불확실성에도 기조적인 물가 둔화, 내수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총재는 "미국이 작년 말부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그널을 줘서 각 중앙은행 간 탈동조화가 시작됐다"며 "환율, 국내 물가 상승률 등을 더 고려할 수 있는 여력이 증가했기 때문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도 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 주요 변수로는 국제유가를 꼽았다. 국제유가가 1배럴당 90달러를 넘는 시간이 길어지면 물가 전망도 수정하겠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내려오겠지만 유가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유가가 잠시 올라갔다 내려오면 전망(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나 장기적이면 전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 등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 관련 이 총재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중앙은행으로서는 곤혹스럽다"며 "근본적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은) 기후변화, 작황 변화 영향으로 불편한 진실인데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한 가격 변화에 구조적으로 국민 합의점이 어디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기업부채 증가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관련 기업부채가 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AI, 반도체 등 장기 투자하면서 부채가 늘었다"며 "기업부채를 관리해야 하나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기업 자본도 많이 늘면서 관리 가능하고 가계부채만큼 위험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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