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방미 이후 문화, 국익 창출 산업적 성장 기대
넷플릭스, 3조3000억 K콘텐츠 투자
고정민 교수 "정부, 글로벌 플랫폼 육성 필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지금까지 문화는 외교에서 가교 역할을 해왔다. 안보, 수출 문제로 얼어붙은 국가 간의 긴장감을 해소하며 '소프트 파워'로 영향력을 보여줬다. 이제는 외교 자리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설 무대를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기점으로 문화는 산업적 성장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형태로 국가의 경제를 이끌 선발투수로 기대감을 높인다.
윤 대통령의 24일부터 5박7일간 진행된 방미 일정은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구성됐다. 이재용 삼성전자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4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 등 122명이 동행할 만큼 세일즈 외교에 방점이 맞춰져 있었다.
[서울=뉴스핌]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블레어하우스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4.25 photo@newspim.com |
방미 일정 중 첫 세일즈 성과를 낸 분야는 콘텐츠였다.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억달러(3조3000억원)를 한국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영화협회(MPA)의 초청으로 이뤄진 '글로벌영화콘텐츠 리더십포럼'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투자 의사가 발표됐다.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등은 올해만 4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한국 콘텐츠 업계와 창작자와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이에 메이저 시장개척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아울러 순수 문화 교류도 진전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미소니언 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시 및 연구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체부 산하 23개 국립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예술기관과 미국 스미소니언 재단 산하 21개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예술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문체부와는 1961년 스미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자연사박물관에 고려시대 철조불상을 전시하면서 교류가 지속됐으며 오는 2025년에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특별전이 스미소니언 재단 산하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블레어하우스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접견,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4.25 photo@newspim.com |
고정민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중 문화계 성과와 관련해 "대통령이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그간의 문화교류가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이었다면 이번 방미로 인해 문화 교류는 산업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국익과 관련한 산업적 측면에서 문화에 대한 투자 유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정민 교수는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에 대해 "향후 넷플릭스의 소비 시장은 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일본, 그리고 향후에는 중국까지 뻗칠 수 있다"며 "아시아는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 있고, 아시아 소비자들이 보는 콘텐츠가 한국 콘텐츠이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국가로 보고있다"라고 해석했다.
고 교수는 K콘텐츠의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 다양한 국가와 균형 있는 외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도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친미로 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외교에서 중국, 미국과의 적당한 줄다리기가 필요하다"라고 첨언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