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입증 못 하면서 정치권서 배제…2년간 방치
법조계 "이미지 반등 단초될 수도" 기대감 커져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인지수사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출범 이후 2년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공수처가 이를 발판 삼아 제대로 된 수사기관으로 거듭날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김선규 부장검사)는 이날 서울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서울청과 대우산업개발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공수처는 압수물을 분석한 이후 조만간 관련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어가며 수사를 진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2.08.31 pangbin@newspim.com |
◆ 수사력 부족…2년의 '아마추어' 생활
공수처는 기관의 이름처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탄생했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수사기관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했지만, 출범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선 공수처가 정치적 이권에 따라 사실상 방치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수사 인력·범위 등 공수처의 기반이 되는 공수처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정치권에선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문제도 있지만 사실 공수처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원인은 수사력이었다. 출범 초기부터 검찰과 마찰을 일으키며 지속적으로 논란을 만들었고, 일부 사건에서는 절차상 문제를 일으키기는 등 여러 차례 체면을 구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수처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A변호사는 "공수처라는 기관은 특수수사를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 기관인데, 출범 당시에는 이 경험이 부족해 우려가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해 '아마추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것"이라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문제까지 일으키니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아예 관심조차 사라졌었다"고 덧붙였다.
◆ '강력·특수통' 출신으로 새 진용…법조계 기대감 커져
본격적으로 반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 새 부장검사가 임용되면서부터다. 검사 시절 마약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를 따낸 '강력통' 출신 김명석 부장과 검찰 특수수사의 핵심이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다수의 특수수사 경험을 갖춘 '특수통' 출신 김선규 부장이 공수처에 합류하면서 기대감이 모아졌다.
아울러 최근 임용된 송창진 부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대검 중수부를 거친 특수통 출신이다.
A변호사는 "새로 임용된 검사들은 검사 시절 경험과 수사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력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인제야 '진짜'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공수처는 출범 이후 주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했으나, 이번 경찰관 뇌물 사건 수사는 공수처가 인지해 강제수사까지 진행한 첫 사례이다.
물론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된 사건인 만큼 평가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전까지 공수처의 위치를 고려할 때, 이미지 반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기대감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어느 정도 범죄 혐의는 소명한 것이지만, 아직 수사의 초기 단계라 평가하긴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공수처가 2년간 비판적인 사회적 시선을 받으면서도 어엿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려는 행보는 긍정적"이라며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까지 긴 레이스가 되겠지만, 공수처가 성공적인 수사로 존재감을 보인다면 법 개정 등에도 좋은 소식이 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대외협력실장도 "이번 수사 하나로 공수처의 평가가 뒤집히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새 진용이 갖춰지고 난 다음 첫 번째 사건을 수사하는 만큼, 공수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수사를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