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사건 수사팀 '무혐의' 보고에도 처분 미뤄
대장동 수사 처음부터 '삐그덕'…법조계선 "고의지연 소리도 나와도 할 말 없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두고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또 나왔다. 이미 여러 차례 수면위로 올라왔다 가라앉은 김 여사 특검법이 이번에는 통과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김 여사 특검을 주장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기소하지 못한 사안이라며 반박했다. 2020~2021년 서울중앙지검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혐의점을 못 찾은 반면, 대장동 수사에 대해선 '노골적 봐주기' 수사였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1.31 photo@newspim.com |
◆ 檢, 이성윤 중앙지검장 시절 김 여사 1년 넘게 수사하고도 혐의점 못 찾아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오는 10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민주당은 권 회장 등의 선고기일 이후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에 대한 고발이 접수된 2020년 4월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시기였다. 윤 대통령과 함께 승승장구했던 측근 내지 특수통 검사들은 대부분 한직으로 좌천됐고, 당시 '친(親)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애초 김 여사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수개월째 수사에 진전이 없자, 중앙지검은 같은 해 11월 해당 사건을 4차장검사 산하의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하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황태자'로 불린 이성윤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다음 해인 2021년 3월 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에 입문했다. 윤 대통령이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검찰의 김 여사 사건 수사는 계속됐다.
대선 정국이 한창이던 같은해 12월 검찰은 2년 가까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한 끝에 권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김 여사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검찰 내부에서 김 여사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결국 혐의점을 찾지 못해 기소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수사팀은 지난해 대선 전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고 이를 지휘부에 보고했다. 이정수 당시 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당시 4차장검사로 수사팀을 지휘한 김태훈 현 부산고검 검사가 이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김 여사 사건을 처분하기엔 이제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라리 특검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는 편이 낫지만, 그렇게 되면 야권의 공격 무기가 사라지는 것이라 실제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최승주 인턴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2.06 seungjoochoi@newspim.com |
◆ '수사 ABC'도 안 지킨 대장동 수사팀
검찰이 사건 처분을 미룬 김 여사 사건과 달리 '봐주기 수사'로 비판을 받은 사건이 있다. 바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이다.
사회적 관심이 차기 대선으로 모아지던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전임 대법관·검찰총장, 현역 국회의원 등 법조·정치계 유력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과 민간 사업자들에 대한 특혜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검찰 수사는 초기부터 삐그덕거렸다.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수사력을 보였고, 이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비판까지 받았다.
가장 큰 비판이 이어진 것은 이 대표를 사실상 배제한 검찰의 수사 방향이었다. 사업 진행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을 자신이 직접 설계했다고 말하는 등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가 사업 진행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재권자인 게 명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대표의 집무실 등을 수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며 "특히 수사가 개시됐을 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증거가 많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빠른 압수수색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미온적인 태도로 임했다. 수사팀은 출범한 지 2주가 넘어서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는데, 이마저도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던 성남시장 집무실과 비서실 등 핵심 장소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부장검사는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커 신속한 압수수색은 필수였다"며 "당시 내부에서도 수사팀이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수사팀은 이 대표나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윗선' 의혹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선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대장동 전담수사팀장은 김태훈 4차장검사였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권이 바뀐 뒤 이번 수사팀과 당시 수사팀의 행보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하다"며 "당시 수사팀은 고의 지연이라든가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