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진표 제시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
박홍근 "14일까지 협상안 안 내면 단독안 발의"
野 단독은 유례 없어…"정치적 책임 문제"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새해를 불과 보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깜깜 무소식이다.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밝힌 데드라인 하루 전까지도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수정안이라도 강행 처리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왼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2.12.13 leehs@newspim.com |
◆ 2일→9일→15일…이미 '삼세판' 다 채웠다
헌법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회계연도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점이 바로 지난 2일이다.
그러나 2일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김진표 의장은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라도 모두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을 처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며 "8~9일 양일간 본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8~9일에는 본회의가 열렸으나 예산안 처리는 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기국회가 종료됐다.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 일은 왕왕 있었지만,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김 의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썼다.
하지만 임시국회 첫날인 10일에도 진전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 의장이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을 15일로 못박았다. 김 의장은 "여러 가지 예산안 집행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날까지 협의가 안 되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정부안 또는 다른 수정안을 가지고 표결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전안전검증대책단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13 leehs@newspim.com |
◆ 野 "단독안이라도 처리할 것"…문제는 '사상 최초'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인세다.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이기 때문에 아직 시한이 넉넉한 데다, 협상 과정에서 큰틀에서는 합의가 돼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인세의 경우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감세를 허용할 수 없다는 민주당과 종전 25%에서 22%로 낮추겠다는 정부여당이 서로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라"며 "끝내 '윤심'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최후로 통첩했다.
그는 "민주당이 부득이 수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윤석열 정부가 작성한 639조원 예산안은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0.7%도 되지 않는 매우 일부 예산만 삭감 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내일은 반드시 처리해야 하므로 데드라인은 분명히 오늘까지"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같은 기조가 협상 압박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김 의장이 15일로 데드라인을 못 박은 데다 민주당이 예산부수법안을 촘촘하게 마련해뒀기 때문에 단독 예산안 처리가 현실성이 없지는 않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단독 처리를 못할 이유도 없다"며 "혹은 아예 예산안 처리를 안 하고 준예산으로 넘어가더라도 '윤석열표 예산'이 다 무산되기 때문에 정부를 식물로 만들 수 있는 여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정치적 부담감이다. 그동안 국회에 단독 예산안이 발의된 선례는 많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은 원안으로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다. 하지만 야당 예산안이 단독 처리로 통과된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강행 처리에 회의감을 보이는 기류가 있다. 당내 한 의원은 "민주당이 나서서 단독안을 처리하게 되면 그 부담감을 다 떠앉게 되는 것"이라며 "여야 합의안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 협상이 김 의장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15일을 넘겨 연말 혹은 연초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단독 예산안 발의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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