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입법예고
소액임차인 범위 권역별로 1500만원 상향
선순위 임차인 정보·체납정보 확인권 신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상 관리비 항목 신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른바 '깡통전세' 등 전세 사기 피해가 늘어나자 정부가 세입자도 집주인의 체납사실과 선순위 임차인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 제도개선에 나섰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21일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동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과천=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김효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에서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1.21 kilroy023@newspim.com |
우선 정부는 선순위 임차인 정보 확인권을 신설한다. 현행법에서도 임차인이 되려는 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임대차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에게 동의를 요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고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따라서 임대인에게 선순위보증금 등 정보제공에 관한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문언상 분명히 하고 임대인이 이에 동의할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임대차정보란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임대차 기간 등에 대한 정보를 말한다.
또한 체납정보 확인권을 신설하여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계약 체결 전 임대인에 대해 납세증명서 제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방침이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지금은 임대인이 될 사람한테 납세증명서를 보여달라고 함부로 말할 수가 없는데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임대인에 대한 납세정보를 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계약을 체결하기 전 미리 임대인의 체납정보를 파악하여 향후 발생가능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대인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임대인이 납세증명서의 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도록 했고 서류 '제출'이 아닌 '제시'의 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가령 계약을 체결할 진지한 의사가 없으면서 개인정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악용하는 경우에는 납세정보 제시를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주거약자 보호를 위해 소액임차인의 범위를 권역별로 일괄 1500만원 상향하고 최우선변제금액도 일괄 500만원 상향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시행령도 입법예고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가 기존 1억5000만원 이하에서 1억6500만원 이하로 늘어나고, 우선변제를 받을 일정액의 범위도 기존 5000만원 이하에서 5500만원 이하로 증액된다.
[자료제공=법무부] |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도 개정한다. 현행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날 발생하는데 일부 임대인이 이를 악용하여 계약 직후부터 전입신고를 하는 날까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저당권을 설정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기로 한 다음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조항과 이를 위반할 시 임차인에게 해제·해지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시한 특약사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리비 기재란도 신설한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임대차 계약 체결 시 관리비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임대인이 계약 중 임의로 관리비를 증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따라서 관리비 항목을 신설해서 계약 체결 전 당사자들끼리 관리비 액수나 설정방식을 협의해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약자가 많이 사는 원룸, 오피스텔 등 주인들이 관리비를 객관적 근거 없이 임의로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와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전유부분 50개) 이상의 집합건물 관리인에 대한 관리비 등 장부작성과 증빙자료보관 의무를 신설하고 표준계약에 관리비 세부 항목을 명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1월 2일까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 뒤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초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꾸준히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및 관련 법제 정비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