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중일 특별전서 연표 우선 철거 통보"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빼 논란이 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연표 문제가 불거진 지 이틀 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중국 국가박물관으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 게시된 한국사 연표를 우선 철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외교경로를 통해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성남=뉴스핌]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 2022.09.15 photo@newspim.com |
이 당국자는 "이번 사안이 양국관계 및 우리국민의 대중국 인식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안임을 고려, 각급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적인 시정조치 및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이번 건이 어떠한 의도에 의해 추진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필요한 조치를 통한 문제의 복잡화 방지 등 '역사문제 관련 2004년 한중 간 공동인식'에 대한 외교부 등 중국 정부의 존중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음을 거듭 재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한중 외교당국은 추후 유사 사례 방지와 이번 사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양국 중립박물간 간 소통을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앞으로 동건 관련 진전 동향을 계속 주시하는 한편 재외공관 등을 통한 역사문제 관련 모니터링 및 국내 유관부문과의 긴밀한 공조 하 대응 등 관련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항의 서한을 중국 측에 보냈다"며 "오늘 오후 중국 측으로부터 한국사 연표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이날 오전 중국 측이 한국사 연표 부분을 즉각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한국 측 전시실에 대한 전시 관람 중단을 요구하고 전시품을 조기에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특별전 주관 기관인 양국 국립박물관 간 소통에 더해 각급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즉각 중국 측에 수 차례 엄중히 문제를 제기하고 조속한 시정 조치를 촉구중"이라며 "중국 측도 이 사안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해당 건이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이날 중으로 해당 연표를 철거하겠다는 메일도 담당자 명의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중국국가박물관은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부터 한중일 공동 특별전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개최했으나,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제공한 한국사 연표와 달리 고구려와 발해의 건국 연도를 삭제하며 논란이 제기됐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일각에선 중국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한한 가운데, 중국이 한국 내 여론 악화에 따른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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