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특정인 추천 의사 전달한 점은 인정
"합격자 선정에 영향력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워"
장기용 전 부행장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66)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단독4부(박보미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2015년 신입사원 공채 당시 일부 지원자들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담당자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합격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하는 의사를 표명하거나 합격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인다"며 "채용방식은 은행장들의 의사 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는 이 부분에 대해 피고인에게 '남성 위주 채용' 문구가 보고됐다고 주장했으나 그와 같은 물적 증거가 확보가 안됐다"며 "피고인이 남녀고용평등법상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6.01 yooksa@newspim.com |
함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당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 담당자에게 부정 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2018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함 부회장은 서류전형과 합숙 면접에서 자신이 잘 봐주라고 지시했던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으면 인사 담당자에게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지시하고, 면접위원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함 부회장은 또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뽑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부회장의 지시를 받은 전직 인사부장 등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함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67)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법인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장 전 부행장에 대해 "오랜 기간 정관계나 유관기관, 노조 인사의 청탁이 무분별하게 행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고 답습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채용방식에 대해서도 "명백한 차별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애초 성별로 다른 출발선을 그어 놓고 경기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타 은행 기준으로 남성이 더 필요하다고 볼 합리적 이유가 없는데도 인위적으로 성별 비율을 정한 것은 전통적 고정관념에 기반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함 부회장의 1심 선고는 한 차례 미뤄진 끝에 이날 결론이 내려졌다. 선고가 끝나자 일부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짧게 박수를 치며 법정을 나섰다.
선고 후 함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판과정에서 저희가 증거를 재판부에 많이 제출했는데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주신 부분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고, 이번 기회로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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