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원·서영경 위원 금리인상 '소수의견'
8월 인상 후, 실물경제 큰 영향 받지 않아
내년에도 불균형 정도 완화해 나갈 필요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12일 이주열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경기 흐름이 우리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개선 정도에 맞춰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며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 회복흐름이 혹시 벗어나는 건 아닌지 짚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한 바 있다.
이날 금통위에선 임지원, 서영경 위원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내면서 11월 추가 금리인상에 더욱 힘이 실렸다. 2명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4월 금통위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2명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을 빠른 금리인상 주장,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봐도 되냐고 묻자 이 총재는 "그때 그때 상황이 중요하다. 지금이 인상하는 데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때 경제 상황이 금통위가 보고 있는 것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면 추가 인상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재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1, 2월에 금리가 인상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임기 내 추가인상 가능성은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하는 것이지 총재 임기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내년에도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고, 물가는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불균형의 정도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고,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하며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로 바뀌어 눈길을 끌었다. 앞서 8월에는 '적절히' 대신 '점진적'이라는 표현이 쓰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적절히는 그야말로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대외여건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맞는 정책을 하겠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점진적으로는 시기도 (금리)폭도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를 시장에서는 연속이 아닌, 회의를 한번 건너뛰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바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8월 금리인상 이후 실물경제 파급력에 대해서 이 총재는 "8월 금리인상으로 실물경제가 큰 영향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질 기준금리, 금융상황지수 등 여러 가지로 평가한 금융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긴축 기조 전환으로 볼게 아니라 완화 정도를 소폭 조정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준 금리 인상 후 시장금리나 여수신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증대되면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특히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성향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간 금융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상당폭 누적돼 와 한 차례 금리인상만으로 정책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보고 금융분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주택 관련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8월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 2.1%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예상 수준을 넘어 최근 배럴달 8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이 더 지속되거나 높아진다면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8월 전망 수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인 6%대를 맞추기 위해 금리인상과 함께 한은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은의 역할은 전반적인 금융 불균형 완화, 특정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은의 소비자동향 조사를 근거로 주택가격이 꺾이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주택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 여부에 대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소비자동향 조사의 주택가격 전망도 분명히 유의할 필요가 있는 지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