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대한민국 의장·이집트 대통령 면담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10일(현지시각)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이집트를 방문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대통령궁에서 알시시 대통령과 약 40분간 면담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기며 경제협력은 물론 국제안보 등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다고 국회 측은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면담했다. [사진=국회 사무처 제공] |
박 의원은 면담에서 ▲카이로 메트로 전동차 추가발주 사업 ▲K-9 자주포 수출 ▲원자력 발전 ▲조선소 건설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알시시 대통령의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알시시 대통령은 "방산(K-9 자주포) 등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집트에 진출하면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의 각 대륙으로 수출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에 한국기업들이 투자하고 진출하면 이집트로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 의장은 "K-9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서 이집트 기술자 양성을 지원하는 등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조선기술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조선 프로젝트에도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집트 원전사업과 관련해 "한국은 24기의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영한 경험이 있고 UAE의 바카라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가동시켜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조속히 이집트를 방문해주길 기대한다"고 했고, 박 의장은 "문 대통령 방문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세도 테이블에 올랐다. 박 의장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이집트의 일관된 지지 입장에 감사드린다"면서 "중동지역 평화에 이집트와 알시시 대통령이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이 평화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확인했고, 전쟁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면서 "평화적 회담을 통해 양측이 협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집트는 1945년 아랍국가들의 주권 확보, 중동평화, 반이스라엘 운동을 기치로 출범한 '아랍연맹'의 종주국이다. 지난 5월 이스라엘-하마스 간 11일 전쟁(5.10~5.21)을 중재하고 가자지구 복원을 위한 5억 달러 지원계획을 발표하는 등 역내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과도 1963년부터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차원에서 북핵에 반대하고 있다.
알시시 대통령은 르네상스댐을 둘러싼 인근 국가 간 분쟁에서 한국 지지를 당부했다. 르네상스댐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의 나일강 수력발전댐 건설사업이다. 나일강이 흐르는 인근 3국(이집트, 에티오피아, 수단) 간 저수기간과 가뭄 시 운영 방식 등을 놓고 대치 국면에 있다.
박 의장 방문은 이집트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국 국회의장이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것은 2002년 이만섭 국회의장 이후 19년 만이다. 2009년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집트를 방문했으나 당시는 경유 일정이어서 특별한 현지 일정이 없었다.
이날 양국 면담에는 홍진욱 주이집트 대사와 하나피 엘 기발리 이집트 하원의장 등이 배석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