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적연봉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 근로자 승소
통상임금 소송서 사측 패소, 정규직 전환 대법 판결 남아
추가 임금 리스크 확대 시 기업 존폐 파장 전망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한국지엠(GM)과 연구개발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무직 근로자 1000여명이 2007년 제기한 통상임금 체불소송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근로자에 손을 들어주면서,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0일 한국지엠의 상고를 기각하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한국지엠 사무직 근로자들이 받은 업적연봉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근로자의 업적연봉 등 129억원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인 임금 6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지엠은 2002년 회사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개편하면서 사무직의 정기상여금을 업적연봉으로 바꿔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 받기로 한 금품을 뜻한다. 대법은 지난해 한국지엠 생산직 근로자 5명이 사측에 제기한 상여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신의성실원칙(신의칙)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측에 손을 들어주는가 하면, 기아차 근로자 3500명이 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어달라는 소송에서는 원고 승소로 판결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자동차업계 간담회에 참석하며 체열 측정을 하고 있다. 2020.04.21 mironj19@newspim.com |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쫓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더라도 근로자가 요구하는 금액이 과하거나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생겨 기업 존속의 위기가 오면 지급 의미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원칙이지만 기업 및 소송마다 판결이 다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유감"이라며 "결정문을 받아보고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상여금 소송의 경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신의칙이 적용됐었다"며 사측의 승소를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서 한국지엠 패소에 따라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린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의 경영 정상화 목표도 어려움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지엠은 3169억원의 적자로 총 5조원대 누적 손실을 보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한국지엠의 내수와 수출 물량은 12만79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
지난 2월 미국 GM 본사가 발행한 2020년 연례 보고서(10-K)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무직 통상임금 청구 소송으로 인한 잠재적 비용 부담 규모는 약 2100억원에 달한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추가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한국지엠 비정규직이 사측에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도 1심과 2심 원고 승소해 대법 판결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소송에 참여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800여명에 달하며 원고 승소 확정 시 한국지엠은 약 170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GM 추산 최소 4000억원의 임금 추가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과거 한국지엠에 근무했던 비정규직 근로자까지 소송에 나설 경우 비용을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GM 시각이다. 또 카젬 사장은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6000억원의 임금 리스크'는 한국지엠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큰 파장을 몰고올 공산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 기업인 한국지엠으로선 향후 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될 상황을 맞게 됐다"며 "올초부터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겪은 한국지엠이 지난해 보다도 낮은 실적을 기록하며 '비용 증가→투자 감소→고용 악화'의 순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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