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금융노조, 전자금융거래법 좌담회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여당과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포기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좌담회'를 열고 관련 쟁점과 해결책을 논의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핀테크(금융 기술)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등의 금융업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이용자 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체에 대해 소액 후불 결제 기능을 허용하고,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사)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급여 이체, 카드 대금·보험료 납부 등 계좌 기반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예탁금 분리 보관, 국내외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관리 감독의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 류재수 금융경제원 상무이사. 2021.02.25 leehs@newspim.com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접근 매체의 분실이나 본인이 시행하지 않은 비대면거래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명책임을 두고 문제가 많았는데, 증명책임을 금융회사로 전환하고 외부위탁에 관한 규제를 분명히 하는 등의 문제를 명확히 하는 등 진일보한 내용도 있다"면서도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은행업과 겉으로 유사한 기능을 다른 이름으로 허용하면서 '동일 기능 동일규제'를 포기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금법 개정안에는 자금이체업자 등은 이용자로부터 받은 돈을 예탁금 전액 외부에 예치 신탁 또는 기타의 방식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문제는 벌칙조항이 없다는 것"이라며 "만약 자금이체업자 등이 파산했을 경우 이용자는 자신의 돈을 반환하라는 청구권만 갖게 되는 등 운용리스크에 굉장히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천순 수석부위원장은 핀테크업체 등에 후불 결제가 허용된 것과 관련해 "후불 결제도 일종의 신용공여 형태인데, 돈의 흐름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를 통해 물품과 용역을 구매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여신기능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 든다"고 했다.
업무 범위 등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위원을 맡고 있는 김보라미 변호사는 "사실상 금융위가 업무 범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업무까지 가능한지 한정할 수 없어 향후 금융위가 더욱 확장한 형태로 업무를 허용할 가능성도 상당이 크다"며 "이 부분이 정의되지 않으면 이번 전금법 개정안만으로는 금산분리 등 이슈가 전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금융산업의 경우 촘촘하게 실명 문제, 소비자 보호 문제, 금산분리, 지주회사와의 관계 등 촘촘하게 규제하는 덴 이유가 있다"며 "현재 마련된 전금법 개정안은 포괄규정이 너무 많아 좀 더 구체적이고 소비자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살펴보는 게 중요하며, 한 사람에게는 소액이더라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관해서는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업무를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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