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데 대해 이란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이 제기되자, 이란 정부는 70억달러(약 7조6230억원)의 이란 기금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리 바지에이 이란 정부 대면인은 5일(현지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생방송된 기자회견에서 "우리에 대한 비난에는 익숙하지만,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근거 없이 이란 기금 70억달러를 동결한 한국 정부"라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고 있는 한국케미호 2021.1.4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란 국영TV는 전날 페르시아 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 호를 나포했으며, 선박은 현재 이란 남부 항구 도시 반다르 아바스에 억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억류된 한국케미호에는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 선박의 즉각적인 석방과 함께 이란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당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무부는 "(이란) 정권은 페르시아만에서의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며 국제 사회에 제재 완화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운반선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동참한다"라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5일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조기에 억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란은 한국케미 호가 해양 오염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해 억류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후 한국은 2차 제재 우려에 미국의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내 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가 동결돼 이란은 지속적으로 반발해 왔다.
이란은 한국이 미국 정부의 대 이란 제재에 동참, 최대 90억달러로 추정되는 원유 수출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압박해왔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