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쿠바에서 생산된 럼주와 시가 담배 등의 수입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쿠바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오늘, 나는 공산 압제에 계속 맞서는 싸움의 일환으로, 재무부가 미국 여행객들의 쿠바 정부 소유 건물 내 숙박을 금지한다는 것을 발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또한 쿠바의 술과 담배에 대한 수입을 추가로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쿠바의 대미 주요 수출품인 시가와 럼의 수입이 차단되고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도 사실상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지난 1961년 당시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시도됐던 피그만 침공 관련 기념식 도중 이같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이후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치적으로 불렸던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를 사실상 무효화하고 지난 2019년 6월에는 쿠바 여행 제한 등 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전날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제재 조치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는 지난 2년간 심지어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에도 잔혹하게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쿠바에 대한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은 오는 11월 대선의 승패를 가를 플로리다주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플로리다주에는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온 다수의 쿠바계 유권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 쿠바 정부에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쿠바 추가 조치는 플로리다주 쿠바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고히 붙잡아두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1.2%P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1924년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모든 공화당 후보는 모두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했을 정도로 플로리다주는 미국 대선 결과의 향배를 결정할 대표적 경합주로 분류돼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초박빙 경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유권자 중 51%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는 47%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반면 유권자 등록한 적극 투표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바이든 후보(48%)가 트럼프 대통령(47%)를 근소하게 앞섰다. 신문은 두 후보간의 격차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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