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무역·경제·안보·인권 등 전방위적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는 서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한판 싸움을 벌였다.
이번 충돌은 테리 브랜스태드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미중 관계의 불균형을 지적한 기고문을 투고하면서 시작됐다.
인민일보가 '수준 이하'라며 기고문에 퇴짜를 놓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나서서 "중국은 자유 언론을 두려워하는 위선자"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랜스태드 대사는 '상호 호혜에 기반한 관계 재정립'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중 관계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기업과 언론인, 외교관, 심지어 시민단체까지 중국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에서 거리낌 없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반면 미국 언론인들은 중국에서 취재를 하거나 심지어 입국할 때조차도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투자를 하며 자본을 축적하는 한편, 중국 유학생들과 연구원들은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 미국 대학과 연구소에서 습득한 지식을 중국 경제 현대화를 위해 사용했다"며 지식재산권 탈취 문제도 짚었다.
그러면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미국 지식재산을 탈취해 온 만큼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 유학생들에 가한 제재는 타당하다"며 "미중 관계가 악화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좇아 선택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온 중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고문을 받은 인민일보는 "브랜스태드 대사의 기고문이 수준 이하라 본지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신랄한 내용을 담아 거절문을 보냈다.
인민일보는 "대사의 기고문은 허점투성이이며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본지에 글을 싣고 싶다면 내용을 대폭 수정하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이 입장문을 내고 "중국 공산당의 선전기관인 인민일보가 주중 미국 대사의 기고문 게재를 거절했다"며 "통제나 검열 없이 대화를 통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기고문을 거절한 것은 중국이 표현의 자유와 진지한 지적 토론을 두려워하는 위선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자국민의 자유로운 사고뿐 아니라 중국 내 통치 행태에 대한 자유 세계의 판단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민일보는 성명을 내고 "본지는 미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보도할 내용을 선택하고 필요한 편집을 가할 수 있다"며 "미국이 비합리적으로 중국 언론을 탄압하면서 자국 이익을 위해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기고문을 게재하라 요구하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맞받아쳤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