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고인 반성문은 신세 한탄문에 불과" 지적
[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전 프로복싱 동양챔피언 민영천(51) 씨를 살해한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9일 316호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4)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대전법원종합청사 전경 [뉴스핌=DB] |
김씨는 지난 1월 12일 밤 10시 30분께 세종 조치원읍에서 흉기로 민씨의 목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범행 당일 저녁 조치원읍 한 식당에서 민씨 등과 술을 마시다 민씨로부터 욕설을 듣고 화가 나 말다툼을 벌이다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범행했다.
김씨와 민씨는 조치원에서 약 40년간 알고 지낸 동네 선후배로 김씨는 민씨로부터 지적과 놀림을 당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김씨와 변호인은 1심에서와 같이 우발적 범행이었다며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장소)인 조치원 소재 부동산에 자전거를 세워둔 것을 가지고 가기 위해 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일뿐 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 장소를 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부당과 1심에서 기각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교도소에서 법원으로 보낸 반성문에는 '내 신세가 가장 처량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건 신세한탄문이지 반성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10월 16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앞서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용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의 김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1989년 프로복싱 밴텀급 동양 챔피언에 오른 민씨는 조치원권투체육관에서 활동하다 1991년 은퇴 후 가수활동을 하며 평소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세종 출신인 민씨는 2013년 '허와비'라는 타이틀곡 등 6곡이 수록된 앨범을 발매하고 세종과 충남지역을 다니며 독거노인을 위한 노래 봉사를 펼쳤으며 조치원역광장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에 대한 무료급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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