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COVID-19) 치료 효과를 놓고 백악관 상황실에서 거친 말싸움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내에서 클로로퀸의 효과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파우치 소장 등 의료 전문가들과 충돌을 빚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에 있어 클로로퀸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대량 비축해 놓았다고 자랑하고 있는 반면, 파우치 소장은 클로로퀸의 치료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앤소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코로나19(COVID-19) 백악관 태스크포스(TF)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3.10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 문제를 두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나바로 국장과 파우치 소장이 정면으로 맞붙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클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이 배석했다.
회의 막바지에 클로로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나바로 국장이 한 무더기의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며, 클로로퀸이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연구 사례들에서 클로로퀸의 명백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파우치 소장은 나바로 국장이 제시한 서류를 가리키며 "이것은 데이터가 아니다.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사례는 일회성이며 효과를 입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회의 관계자는 나바로 국장과 파우치 소장 간 격앙된 충돌은 펜스 부통령의 중재로 겨우 무마됐다고 전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에서 40명의 환자에게 적용한 사례가 연구 결과로 발표되면서다. 당시 연구에서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한 40명을 대상으로 비강 채취 검사를 실시한 결과 26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클로로퀸은 소규모 환자들에게 적용한 사례만 있을 뿐 아직 대규모 연구가 시행된 바 없어,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증이 안 됐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클로로퀸이 뛰어난 치료제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그는 "2900만회 투약분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비축해뒀다"면서 "이 약들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우리가 일찍이 이 약들에 의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9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성인 혹은 청소년에게 비상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미국 복지부에 따르면, FDA가 약물의 비상사용 허가를 내리는 기준은 대체할 약물이 없고 '확인된 잠재적 효과'가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경우이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