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고이케, 3월 초부터 수차례 대회 연기 협의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연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 아사히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대회 취소를 피하기 위해 '26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에 대회 연기를 제안한다'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26일은 도쿄올림픽 성화봉송이 시작되는 날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24일 오후 8시 일본 총리 공관. 아베 총리 앞에는 토마스 바흐 IOC 회장과 연결된 전화회의 기기가 놓여있었다. 그 오른쪽으로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와 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1년정도 연기하는 것을 축으로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흐 위원장은 '2021년 연기' 또는 '2021년 여름으로 연기하기 위한 실무협의 시작'을 제시했다.
이를 들은 아베 총리는 주변에 "지금 2021년에 하겠다고 말한 건가"라고 물었다. 2021년 연기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언제 개최되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2021년 여름으로 연기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하겠다는 건 합의 내용으로는 빈약했다.
약 45분 간의 협의를 마친 후 아베 총리는 기자단에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IOC가 '4주 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의 일이었다.
갑자기 내려진 결정처럼 보이지만 고이케 지사의 주변인물은 "총리와 도지사는 이른 단계부터 '성화봉송이 시작되는 26일 전까지 연기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판데믹'(세계적유행)이라고 인정했다. 그 다음날 고이케 지사는 총리관저에 방문해 아베 총리와 회담을 나눴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3월 초부터 여러차례 수면 밑에서 올림픽 관련 협의를 나눴다. 올림픽 취소를 막아야 한다는 공통 목적 하에 두 사람이 떠올린 방안이 바로 '성화봉송 전 연기 요청'이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가을까지다. 고이케 지사는 올 여름에 임기가 끝난다. 두 사람이 함께 올림픽 연기로 뜻을 모은 배경에 대해 고이케 지사의 한 측근은 "경제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라며 "1년 뒤 올림픽을 열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데 총리와 도지사의 생각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25일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2020.03.26 goldendog@newspim.com |
연기 제안을 승낙할 수 밖에 없는 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22일 '4주 내 결정'이라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전세계 운동선수들에게는 결단력이 없는 것으로 비춰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캐나다올림픽위원회가 올 여름 올림픽 파견 거부방침을 밝힌 것도 타격이 컸다. 이대로 대회 연기·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바흐 위원장의 재선이 유력했던 IOC 위원장 선거에도 영향을 갈 수 있었다.
IOC 입장에선 올림픽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대회 취소는 피해야 했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이 먼저 연기를 제안하면 수천액 규모의 추가 부담액 일부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결국 아베 총리가 제안한 1년 연기 방안에 바흐 위원장이 "100% 동의"를 표한 건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아베 총리가 먼저 제안하면서 연기에 따른 추가부담액도 조직위원회가 감당 못할 경우 1차적으로 도쿄도, 그 다음으로 일본 정부가 부담하기로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고이케 도지사는 대회 연기 결정이 이뤄진 다음날 도쿄도 담당직원을 격려차 방문하면서 "대회 취소는 없다"고 3분 가량 발표했다. 신문은 "이를 발표한 고이케 지사의 기분은 매우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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