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절 국정원 대북공작비로 DJ 재산 뒷조사한 혐의
1심에 이어 2심도 "가담했지만 책임 묻기 어려워"…무죄 선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재산 등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4) 전 국세청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열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정원의 잘못된 공작 작업에 가담한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이 사건의 주요 범행은 작업에 관여했다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형사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 않다. 국고손실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이를 수령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 수천만원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협조한 혐의를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과 청장을 지냈던 2010년 5월∼2012년 3월 사이 국정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으로부터 대북공작금 5억3500만원 및 5만 달러를 받아 사업비로 썼다며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또 활동비로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전 청장 측은 1심부터 역외탈세 추적 업무의 일환으로 계좌 정보 등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았고, 이것이 국정원의 직무범위에서 벗어난다거나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비자금 추적 사업 진행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면서도 "국정원으로부터 한정된 범위의 정보만 받으며 요청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고인은 국정원 내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하는 위치로, 원 전 원장과 공모해 범행을 실행했다는 것이 인정되려면 협조를 넘어 원 전 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실감케 하는 구체적인 정황과 피고인이 범행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청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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