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0명 이상 방문에도 기초 대응없어
은행권 등 주요 대기업 적극 대응과 비교
박원순 시장 '과잉대응' 무색, 관련 조치 시급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우한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서울시내 확산 위험성에도 하루 5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서울시청에는 기본 감염확인장비인 열화상카메라(열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점에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대응 프로세스를 전달하며 찾아온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 주기에 돌입한 서울 소재 대기업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구체적인 향후 설치 계획도 마련하지 않아 '과잉대응'을 강조하며 선제적 조치를 역설한 박원순 시장의 외침이 공허해졌다. 서울시민과 서울시 공무원이 상주하는 '안방'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마르코 마르투찌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WHO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 서울시-WHO 영상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1.28 leehs@newspim.com |
서울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열감지기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청사에 설치하지는 않았다"며 "외부인이 참여하는 행사가 있을 때 선별적으로 설치할 예정이지만 서울시청 출입구에 상시 설치할 계획은 아직 없다. 필요할 경우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직접 방문한 서울시청 정문, 후문 및 지하 출입구에는 열감지기는 보이지 않았다. 손세정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서울시청은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 지하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하고 쉴 수 있는 '시민청'을 마련한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서울시청광장을 산책한 후 시청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이 마련돼 상시 방문 빈도가 많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공장소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박원순 시장이 거듭 강조한 서울시 감염확산 방지 대책이다.
박 시장은 28일 서울시청에서 개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종합대책 회의'에서 "지역사회 감염확산 방지책무는 우리에게 있다"며 "감염방지 기본수칙만 지켜도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湖北)성 인근 후난성(湖南) 북쪽 웨양(岳阳)의 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확진 환자 상태를 모니터로 체크하고 있다. 2020.01.28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5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서울시 감염확산방지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서울시청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기초 장비 하나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열감지 카메라 설치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며 "공항처럼 사람들이 일렬로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달리 서울소재 주요 대기업들은 본점을 중심으로 열감지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에 미리 나선 상태다.
실제로 대표적인 밀집시설로 꼽히는 은행의 경우 본점에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손 소독제를 제공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열감지기를 통해 미열 또는 고열이 확인된 고객이 있을 경우, 해당 고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조속한 병원방문 등 관련 대응을 할 것을 권고한다. 이런 대응은 본사에서 미리 정해 하달한 프로세스"라며 "고객출입을 통제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도 모를 수 있는 감염 가능성을 미리 알려줘 확산을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국내 위기단계가 '경계'로 상향되면서 정부는 보다 공격적인 대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에 동참하며 긴급예산 167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선제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행정적인 계획에 앞서 공공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 등 기초적인 대응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