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반발 거세자 시행시기 2개월 늦춰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내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KSF)' 흥행 부진을 우려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한 발 물러섰다. 공정위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할인 행사를 할 때 행사비용을 절반 이상 부담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의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늦췄다.
공정위는 31일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특약매입 지침)'에 담긴 판매촉진행사비용(판촉비) 분담 내용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약 2개월 미룬 것이다.
2018년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모습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특약매입거래는 쉽게 말해서 조건부 외상 거래다. 대형 유통업체는 재고가 있으면 반품한다는 조건을 달고 상품을 외상으로 가져와서 판다. 상품 판매 매출이 발생하면 판매수수료를 떼고 외상값을 납품업체(입점업체)에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 위법성을 따지는 기준이 특약매입 지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30일자로 일몰 된 특약매입 지침을 폐지하고 새 지침을 제정했다. 새 지침을 만들면서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가 50% 이상 부담해야 하는 판촉비 범위에 할인비용(원 판매가-할인 판매가)을 추가했다.
쉽게 말해서 대규모 할인 행사 때 대형 유통업체가 할인비용을 절반 이상 부담하라는 얘기다. 공정위는 이 지침을 준수하려면 유통업체가 판매수수료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통업계가 반발했다. 지침이 시행되면 KSF는 물론이고 계절별 정기 할인 기간 때 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지금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백화점은 KSF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유통업계의 거센 저항에 공정위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KSF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업계 등의 여러 의견을 들었다"며 "기업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서 내년 1월1일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새 지침을 만들면서 '판촉비 50% 이상 부담' 적용 예외 요건인 자발성 및 차별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강했다. 입점업체가 스스로 할인 행사 추진 여부 등을 결정한 경우에만 자발성을 인정한다. 다만 유통업체가 할인행사를 기획하고 입점업체에 사후 고지했어도 자발성이 무조건 부인되는 것이 아니라 강제 여부를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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