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낼 전망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대법원 판결로 국정농단 뇌물·경영비리 혐의를 받았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오너 부재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던 롯데그룹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항소심 판결이 난 지 1년 만이다.
롯데그룹 측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뇌물혐의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2018.10.08 leehs@newspim.com |
신 회장은 면세점 특허권을 대가로 최순실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와 횡령·배임 등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혐의를 각각 받는다. 두 건은 별개의 사건이었으나 2심에서 병합됐다.
신 회장은 1심 재판부가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해 법정구속 됐다. 2심은 강요죄 피해자와 뇌물공여자 지위를 동시에 인정하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1심은 능동적으로 뇌물을 건넸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대통령 등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본 것이다.
신동빈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됨에 따라 롯데는 지배구조 개편, 해외 등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신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의사 결정이 중단돼 차질을 빚었던 사업이 신 회장 석방 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롯데는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금융계열사 매각을 마무리했다. 공개매각을 통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각각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과 JKL파트너스에 넘겼다. 롯데캐피탈 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에, 롯데액셀러레이터 지분 9.99%는 호텔롯데에 각각 매각했다.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 제고도 부단히 힘썼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안에 화학부문을 편입시켰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과 롯데물산이 가졌던 롯데케미칼 지분 총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165만7000 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4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벌였다.
이외에도 신 회장은 유통부문과 화학부문을 그룹의 양대 축으로 삼고 2023년까지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지배 구조 개편의 마지막 수순인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남았다. 앞서 롯데는 지난 2016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적 있지만 실적 부진 등 여러 사정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를 재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사드 보복에 따른 손해 회복과 일본 불매운동 때마다 다수 계열사가 거론되는 것 등은 롯데그룹이 장기적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롯데가 일본업체와 합작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를 비롯해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복사기·프린터 등을 판매하는 캐논코리아비즈니스, '무인양품' 운영사인 무지코리아, 한국후지필름, 롯데JTB, 롯데미쓰이화학, 롯데엠시시 등으로 10여 곳이다.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 갖고 있고,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미국 브랜드이지만 미국 본사를 일본이 인수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롯데그룹의 오너 부재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됐다"며 "온전히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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