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보수통합' 공감대 형성…"연말까진 통합 마쳐야"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황교안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울타리를 열어놔야 한다. 그래야 보수도 통합되고 황 대표도 살아남는다."
정치권에서 보수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정감사 등이 예정된 9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총선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다. 본격적인 총선 준비가 시작돼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은 물론이고 원외 보수 정치권에서도 최근 보수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공론화되고 있다. 공통적인 의견은 "황교안 대표가 내려놔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文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19.08.24 pangbin@newspim.com |
◆진척 없는 통합 논의…황교안 "통합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
보수 정치권이 통합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방법은 요원하다. 한국당 역시 그런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경우 극우 프레임이 우려된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과의 통합도 아직 명분이 부족하다. 한국당 내에는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탈당파에 대한 반감이 공공연히 존재하고 있고, 바른정당계를 이끄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로서도 한국당에 들어올 명분이 마땅치 않다. 통합의 물꼬를 트는 것 자체가 난제인 셈이다.
결국 황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우파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통합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발언의 의미에 대해 "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위기감을 반영한 발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당의 핵심 중진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내려놓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위기의식을 느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용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경제 FIRST! 민생 FIRST!' 2019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특별강의를 하고 있다. 2019.08.27 kilroy023@newspim.com |
◆"황 대표, 내려놔야 대선후보로 설 수 있어"
황 대표가 내려놔야 한다는 이야기는 보수 정치권 전반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 지금처럼 통합의 명분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황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경쟁의 울타리를 완전하게 열어야 진척이 있을 거란 조언이다.
지난 27일 김무성·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는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에서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 특정정당 중심의 보수통합은 이뤄질 수 없다. 그것은 보수 '소통합'이다"라면서 "(통합을 하려면) 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수의 빅텐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빅텐트를 황교안 대표나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칠 수 없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중도 보수 통합의 원로 분들이 빅텐트를 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나 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을 거론하며 "절대적으로 다음 대선에 나오지 않고 오로지 몰락한 보수를 바로세우겠다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빅텐트 속에 황교안·오세훈·원희룡 등 차기 대권 후보들이 기득권을 갖지 않고 그 빅텐트 속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래야 안철수·유승민 두 후보가 들어올 명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황교안 대표 체제가 아닌 빅텐트 속에서 다시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한편에서는 황 대표 개인으로서도 당 대표의 전권을 쥐기 보다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대권 후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당 한 관계자도 "황교안 대표가 대표로서의 권한을 내려놓고 대승적으로 보수 인사들을 전부 영입해야 한다"며 "모두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 보수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대승적인 결단이 있어야 황 대표도 대선 주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며 "지금의 현상 유지로는 어렵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두번째)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08.27 dlsgur9757@newspim.com |
◆통합 논의 9월부터 본격화될 듯…"마지노선은 연말"
황 대표는 지난 28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가 끝난 직후 "머지 않아 총선 대비를 위한 여러 노력들이 구체화돼야 할 것 같다"며 "자유우파 대통합 문제 등 국민들께 직접적으로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9월 이후부터는 보수 진영에서도 통합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월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으로 바른미래당 등 일부 보수진영에서의 지형 변화도 예상된다.
이에 이미 보수 정치권에서는 통합 논의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보수진영 인사들로 구성된 '플랫폼 자유와 공화'가 주최한 토론회는 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한데 모이는 장이 됐다.
지난 20일 개최된 '위기의 대한민국과 보수 성찰' 토론회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정현 의원(무소속),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한데 모였다.
27일에 있었던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는 황교안 대표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 권영진 대구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해 보수 통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보수 통합과 혁신을 결의했다.
또 김무성·정진석 의원이 주최하는 '열린토론, 미래'는 당분간 보수통합을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 3일 토론회에는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이 참여한다.
내년 총선 전 보수 통합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서려면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통합 작업이 끝나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무조건 총선 전에 (통합을) 해야 한다"면서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10월~11월까지 마쳐야지, 내년 넘어가서 총선 연대 이야기 해봤자(소용 없다)"고 강조했다.
jhlee@newspim.com